[긴급조정권 사례]도입된후 두번…69년 조선公-93년 현대車

  • 입력 2003년 7월 30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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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현대자동차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일단 노조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파업이 길어질 경우 대외신인도 하락 등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수도 있어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긴급조정권은 1963년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발동된 사례가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의 파업 때 처음, 1993년 현대자동차 파업이 40일간 계속됐을 때 두 번째로 발동됐다. 그러나 노사협상이 곧바로 타결돼 공권력이 투입되지는 않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도 긴급조정권 발동요건을 ‘쟁의행위가 공익사업에 관한 것 또는 그 규모가 크거나 성질이 특별한 것으로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때’로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파업상황이 이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장의 의견을 물어 판단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효과는 강력하지만 좀처럼 쓰지 않는다는 뜻에서 긴급조정권을 ‘녹슨 칼’에 비유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25일 시작된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에 따른 파장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측에 따르면 생산 차질액이 이미 1조3000억원에 이르고 협력업체들의 조업 중단 사태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긴급조정 카드를 던졌지만 민간기업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 4, 5일 더 노사 자율협상을 지켜볼 예정이다. 그러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녹슨 칼’을 10년 만에 꺼낸다는 계획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검토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군사 독재정권을 방불케 하는 재벌 편향정책으로 돌아가는 정권에 심각한 우려와 분노의 뜻을 표한다”며 “긴급조정은 강력한 대정부 투쟁으로 나아가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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