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도 방폐장 사업 기로에…주민'현금보상 불가' 집단 농성

  • 입력 2003년 7월 3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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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로 확정된 전북 부안군 위도 주민들에 대한 현금 보상 불가 방침을 결정한 데 대해 위도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사업이 중대 기로에 놓였다.

현금 보상 불가 방침이 알려진 30일 오후 2시40분경 부안군 위도면 진리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위도 유치 추진위원회’ 사무실에 주민 20여명이 몰려가 정문을 가로막고 ‘핵폐기장 유치 철회’를 주장하며 30여분간 항의 농성을 벌였다.

원래 유치에 찬성했던 이들은 “정부가 현금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한 평의 땅도 내줄 수 없다”며 “찬성 주민들을 설득해 반대 세력 규합에 나서겠다”고 밝혀 위도 안에서도 찬반 주민들간에 마찰이 우려된다.

정부는 이날 중앙지원기획단을 부안에 보내 “현금 보상은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효과가 나타나도록 대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부안 및 위도 주민들은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치를 찬성한 김종규(金宗奎) 부안군수 등 일부 공직자와 관변단체, 유치추진위 등이 점차 고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핵폐기장 백지화 범부안군민대책위는 31일 격포항에서 선박 200여척을 동원, 해상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8월 1일에는 부안읍에서 1만인 촛불시위를 벌이는 등 현금 보상 논란으로 주민들 사이에 반대 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가기로 했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위도 피서객마저 발길 ‘뚝’▼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로 신청된 전북 부안군 위도를 찾는 피서객들이 최근 크게 줄어 낚싯배와 민박집 운영 등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주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30일 위도 주민들에 따르면 12일 부안군수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유치 선언 이후 부안군에서 격렬한 유치반대 시위 등이 계속되면서 여름 휴가 성수기인데도 위도를 찾는 피서객들이 지난해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위도행 배가 출발하는 부안군 격포항 여객선 터미널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는 위도를 찾는 피서객이 하루 평균 500여명이었으나 피서 최대 성수기인 요즘에는 하루 100∼200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름철이면 해수욕장 피서객과 낚시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던 50여개의 민박집도 울상을 짓고 있다.

위도면 진리의 ‘용현 민박집’ 주인 신모씨(51)는 “예년 같으면 밀려드는 피서객들 때문에 방 8개가 모자랄 정도였으나 올해는 일주일째 손님을 한 명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박집 주인 김모씨(46·여)도 “지난해의 경우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방 6개의 예약이 모두 끝나 손님을 맞느라 바빴는데 올해는 하루에 겨우 방 1, 2개만 찰 정도”라며 “TV와 신문에서 연일 위도가 시끄럽다고 하는데 어떤 외지인이 이 먼 곳까지 찾아오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낚싯배 운영으로 생계를 잇는 주민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위도 주변은 바다낚시가 잘 돼 전국에서 매년 여름철에 많은 낚시꾼들이 몰려 위도의 낚싯배 50여척이 하루에 평균 한번 정도 운행했으나 올해는 하루 3, 4척만 운행하고 있다.

7t짜리 낚싯배를 소유한 주민 이모씨(52)는 “작년 이맘때는 하루 한차례씩 낚시꾼들을 태워 40만∼50만원의 수입을 챙겼는데 지난 일주일간 한건의 예약도 받지 못한 채 배를 놀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위도는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후 10개년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그동안 400억원이 투자돼 우회도로와 전기 상수도 시설 등 관광 기반시설을 잘 갖춰 지난해 여름에만 3만여명의 피서객이 찾았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부안군민 60명 상경시위▼

전북 부안군 주민 60여명과 환경단체 회원 등 80여명은 30일 낮 12시반경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의 부안군 위도 유치에 반대하고 시위 폭력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중 이성숙씨(37·여) 등 부안군민 7명은 시위 도중 항의의 표시로 삭발하기도 했다.

부안군민들은 이날 방사성 폐기물을 상징하는 로고가 새겨진 노란색 티셔츠를 입었으며 부안에서 시위 도중 부상한 주민들의 사진 20여장을 들고 ‘핵폐기장 막아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를 주도한 ‘핵폐기장 백지화 및 핵발전추방 범부안군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핵폐기장 부지 선정과정에서 부안군민의 의사가 철저히 소외됐고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보상을 빌미로 주민들을 설득하는 반민주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핵폐기장 건립 중단과 폭력진압에 대한 사과 및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문규현 신부가 작성한 항의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한 데 이어 부안군민들과 함께 인근 정부중앙청사와 경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대책위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와 민주당, 한나라당 당사를 항의방문하고 정부과천청사에 들러 항의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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