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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철칼럼]'대통령, 뭐하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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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철칼럼]'대통령, 뭐하고 있소'

입력 2003-07-30 18:35수정 2009-10-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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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을 앞둔 지금 정치판에선 물위와 물밑 두 가지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음모론, 세대혁명론,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간의 신당 공방은 물위 싸움이다. 모두 내년 총선에서 ‘누가 공천권을 포함한 당권을 잡느냐’는 신당 장악 싸움이라는 점에서 같다. 눈에 얼른 들어오지는 않지만 이보다 훨씬 치열한 또 다른 싸움이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존의 사회 주류 계층을 갈아 치우자는, 물위 싸움의 최종 결정판 격인 주류 교체 투쟁이 그것이다. 이들 싸움은 과정도 격렬하지만 엄청난 후유증을 남기는 권력 장악 투쟁이라는 점에 공통점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지금과 같이 마냥 흘러가다간 진로가 대단히 우려스럽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

지금 집권세력은 큰 병에 걸려있다. 본인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개혁조급증’을 앓고 있다. 조급증은 ‘우리만이 개혁을 해낼 수 있다’는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길을 걷고 싶고, 개혁적인 것을 내세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환상에 빠져 현실적인 것과 비현실적인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모든 일을 그르치고 만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안보 교육 노사분야 등에서 당장 나타난 결과가 안팎 갈등과 난조 아닌가. 개혁을 하느냐, 마느냐 자체는 더 이상 현명한 접근법이 아니다. 그보다는 ‘어떻게’ 개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어떻게’에는 개혁의 대상과 함께 가는 공감의 무게가 강하다. 그런데도 ‘개혁주술’에 빠진 현 정권의 개혁 피로증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당 문제도 마찬가지다. 신당이 되느냐, 안 되느냐보다는 신당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세대혁명론과 사회주류교체론을 내세우는 세력의 향배다. 386세대로 통칭되는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고 상당수가 대통령 주변에 포진했다. 그런데 집권세력 내 갈등이 불거질 때 이들이 자주 거론돼 왔고, 대대적 인적 청산 주장이 이들과 무관치 않다는 정치판 음모론이 나오기까지 이르렀다. 청와대와 민주당을 포함한 집권세력에서 기성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세대가 전면에 나서는 신당을 만들어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한마디로 혁명적인 이분법적 ‘사람 가르기’다. 세대혁명이니, 주류 교체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분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아닌가. 이들이 뜻대로 정치흐름을 주무르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지역분할에 이어 세대간 분리라는 엄청난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말 것은 자명하다. 그 폐해를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다. 신세력 충원을 위해 386세대 총동원령이라도 내려야 할 판이고, 그 와중에서 위장 개혁세력의 발호는 또 어떻겠는가. 시중에는 대통령은 아무래도 대선 공신인 386세대 편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렇다면, 세대혁명과 주류교체론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게 될 것이고, 그쯤 되면 설령 총선에서 이긴다 한들 나라는 크게 멍들고 만다는 사실도 헤아려야 한다. 이것은 신당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한 가지 준거가 될 수 있다.

▼‘감동을 주는 정치’ ▼

이제 노 대통령의 결심이 중요하다. 당정분리를 선언했고, 신당문제는 당에서 처리할 일이라고 했는데 이제 와서 누구 편을 들란 말이냐고 반박할지 모른다. 실제로 각료나 참모 중에서 권력의 내부 갈등을 조용하고 매끈하게 처리해 줄 사람이 없으니 대통령도 답답할 것이다. 집권세력 인적 구성의 허점을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여기서 결심이란, 편을 들라는 말이 아니다. 나라가 결딴날지 모를 중요 사안인데도 당정분리 칸막이 뒤에서 뒷짐만 지는 것이 대통령의 할 일인가. 갈등을 정리하라는 뜻이다. ‘대통령은 지금 뭐하고 있느냐’는 말이 나올 만하다. 대통령에게 이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 대통령의 중요 역할이 갈등을 조정하는 국민통합 아닌가.

악화되는 사회적 갈등 정리에 나서는 일은 당정분리와 별개다. 분리선언을 깼다는 비판이 일더라도 견뎌낼 만하다. 오히려 그것이 감동을 주는 정치다. 지지율의 급속한 하락과 리더십 위기의 이유는 딴 데 있지 않다. 갈등 대처와 통합 기능 부재에 대한 누적된 실망이 표출된 것 아닌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이것도 저것도 모두 잃고 만다.

최규철논설주간 ki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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