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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프랑수아 고드망/'외교시험' 남겨둔 후진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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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프랑수아 고드망/'외교시험' 남겨둔 후진타오

입력 2003-07-30 18:34수정 2009-10-10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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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치에서 격변 없는 해는 없다. 지난 1년 중국은 장쩌민(江澤民)에서 후진타오(胡錦濤)로의 권력 승계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이라크전쟁과 북한 핵문제의 복잡 미묘한 외교 등을 경험했다.

권력 승계부터 보자. 이번 승계는 건국 이후 어느 때보다 예측 가능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권력 승계란 원래 쉽지 않은 것이며, 아직도 완전히 승계가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공식적으로 후 주석에게 자리를 물려준 장 전 주석은 아직도 당 군사위 주석으로 군에 대해 지도력을 갖고 있고, 공산당 내 가장 큰 정파의 우두머리다.

16차 당 대회 이후에도 정치국을 실질적으로 장악하지 못한 후 주석은 권력 장악을 위해 사건과 위기들을 적절히 활용하려 했다. 세 가지 사건이 여기에 이용됐다.

첫 번째는 이라크전쟁이었다. 그러나 여기서는 장 전 주석이 이겼다. 대미(對美)관계를 다룰 줄 알고, 위기를 피하는 데 능란한 장 전 주석의 외교력은 그에게 정치적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장 전 주석은 이라크 문제를 두고 미국과 정면 대결을 피했다. 대신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자신의 개인적 친밀도를 높이는 기회로 이용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스 바람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이 사스를 인정하기까지 걸린 오랜 시간은 중국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중국 체제는 바깥 세계에 자신들의 약점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다. 체제의 권위주의 속성은 그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다.

후 주석 일파는 이를 이용했다. 4월 초 그들은 사스의 실체를 인정했으며 사스를 막아내기 위한 대중운동을 벌였다. 또 당과 국가기관이 불투명해서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관영 언론들은 재빨리 이를 ‘투명성의 옹호’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지금 중국에서 정치 개혁의 상징이며, 당의 수구성에 대항하는 코드로 사용된다.

그러나 사스 문책 범위는 그리 넓지 않았다. 베이징(北京)시장과 장 전 주석의 측근인 위생부장을 경질하는 데 그쳤다. 장 전 주석의 핵심 측근인 베이징시 당서기는 자리를 지켰다.

세 번째 사건은 중국 3인자인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을 둘러싼 것이다. 장 전 주석은 내심 쩡 부주석에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주고 싶어 했다. 그러나 올봄 쩡 부주석은 정치적 실수를 저질렀다. 그의 세력들이 일본과의 화해와 아시아 통합을 증진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중국에서 일본에 호감을 보이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는 현명한 정책일지는 몰라도 정치적으로는 취약해지는 길이다.

이 때문에 후 주석의 정치적 입지가 유리해지자 군부 지도자들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대만 정책을 결정하는 당 고위그룹도 후 주석의 통제 아래 들어갔다.

그러나 정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투쟁에서 이기려면 무엇보다 후 주석은 장 전 주석의 인상적인 외교력이 잊혀지도록 외교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야 한다.

외교 분야에서는 다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 번째는 대일(對日)관계다. 당내 보수파를 규합하고 장 전 주석과 쩡 부주석을 분열시키기 위해서는 일본과 실질적 협력을 추구하면서도 역사적 이념적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두 번째는 한반도 문제. 장 전 주석은 북한 지도자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정책을 펴왔다. 따라서 후 주석은 차별화하기 위해 대북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장 전 주석에게 피해가 클 것이다.

세 번째는 대만 문제. 장 전 주석은 대만에 대해 유화적이었지만 미국이 이 문제에 개입했을 때만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후 주석은 국내 정치에서는 개혁가로, 국제 문제에서는 실용주의자로 자임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미국에 대해 장 전 주석에게 준 것보다 더 많은 것, 즉 대만 문제를 주도할 전적인 재량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재량권을 얻는 중국 지도자는 어떤 전임자보다 영예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쓸 수 있는 지렛대는 제한적이다. 특히 지금처럼 중국 내부 리더십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말이다.

프랑수아 고드망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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