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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예비 선생님에게 공짜수업 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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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예비 선생님에게 공짜수업 신나요”

입력 2003-07-30 18:07수정 2009-09-2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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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사범대 학생들이 29일 서울 성북구 정릉3동 고려대부속중학교에서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회화를 지도하고 있다. -박주일기자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사범대생들이 초중고교생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학교에서 중고교생들을 지도하거나 학습 방법을 가르쳐 주는 클리닉을 개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예비 교사’인 사범대생들이 대학에서 배운 교수법을 활용해 실제로 가르쳐 보고 사회봉사활동도 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

“Hello, who's calling?(여보세요, 누구세요?)”

“This is Namye-on.(나 남연이야.)”

29일 서울 성북구 정릉3동 고려대부속중학교 1학년 교실. 고려대 사범대 영어교육과 4학년 지은숙씨(23·여)와 3학년 양은실씨(21·여)가 이 학교 1학년 5명과 영어로 전화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고려대 사범대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마련한 여름학교다.

‘대학생 교사’와 학생들을 둘씩 짝 지어 영어로 대화해 보고 그 모습을 하나하나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마지막 수업일인 31일 그동안 촬영했던 테이프를 보면서 가장 잘한 학생을 뽑아 상을 줄 예정이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쑥스러워했지만 이내 자신감을 갖고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고 영어단어 맞히기 놀이를 할 때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남연양(13)은 “교과서로만 공부하지 않고 실제로 영어로 회화실습을 하니까 더 재미있다”며 “놀이를 통해 영어 단어를 배우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이번 여름학교는 2학기 과정을 예습하거나 신문 사설 읽기 등 교과서 이외의 자료를 활용해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 수준별로 3개 반을 편성해 국어 영어 수학 수업을 한다. 여름학교에는 자발적으로 지원한 18명의 사범대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영어 수학은 교사 2명이 학생들을 지도한다.한 반에 2∼7명씩 소규모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하고 질문도 주고받는다.

1학년 유재연군(13)은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어렴풋이 감이 잡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교사로 나선 지씨는 “대학에서 배웠던 교수법을 응용해 자유로운 주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흥미롭다”며 “정식 교사로 임용되기 전에 교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게 되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성일(金聖鎰·교육학) 교수는 “장기적으로 사교육을 없애보자는 취지로 이번 프로그램을 제안했다”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다니지 못하거나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2학기에는 학기 중에도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 기간을 늘려 음악 미술 체육 등 특기적성 교육도 시도해 볼 계획”이라며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사범대도 올 1학기부터 사범대생들을 상대로 부속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봉사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1학점인 ‘사회봉사1’ 과목을 신청한 사범대생들은 자신이 지원한 유치원과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환경미화, 수업 활용 교재 등을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학기에는 대학생 170여명이 참가했는데 60여명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올 가르쳤다.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초중고교생을 모아 매주 한두 번씩 1시간반∼2시간 지도한다.

이화여대 사범대측은 “대학생들이 학생 수준에 맞게 지도해 학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다음 학기에는 부속 초중고교뿐 아니라 저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에서 학습 지도를 하도록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사범대도 다음 학기에 학교수업을 활용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하는 학습 클리닉을 개설할 예정이다. 이번 클리닉 개설은 공교육을 강화해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자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양현권(梁鉉權) 교수는 “초중고교생들이 학교수업만 제대로 하면 학원 공부가 필요 없도록 공부 방법을 가르칠 예정”이라며 “우선 교육현장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특강하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학교 공부와 연계해 학생들이 수리탐구나 과학탐구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도록 학습 방향과 방법 등을 안내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사범대 대학원생들이 참가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高大 여름학교 참가 채선화양▼

“대학생 선생님하고 친구들과 함께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공부할 수 있어 즐거워요.”

고려대 사범대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고려대부속중학교에서 실시하는 학습지도 프로그램에 참가한 3학년 채선화양(15·사진)은 이달 말로 수업이 끝나는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채양은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면서 공부가 따분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 깨달았다”며 “특히 친구들과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의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경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국어시간에 배운 신문 사설 읽기가 인상적이었다. 평소 학교 교사들이 논리적 사고와 독해 능력 등을 키우는 데 신문 사설 읽기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하지만 어쩐지 사설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져 제대로 읽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채양은 “선생님과 함께 사설을 읽으며 글의 주제를 파악하고 몰랐던 단어의 뜻도 알게 되면서 사설 읽기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자연스럽게 시사상식도 쌓을 수 있어 앞으로는 신문 사설을 꾸준히 읽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어시간에는 문법 공부를 하고 팝송을 들으며 단어를 익히기도 했다. 채양은 “주요 구문 등은 내가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차근차근 가르쳐주시고, 반복학습을 하도록 해 실력이 부쩍 늘었다”며 “수학도 2학기 과정을 예습하고 있는데 기본 개념을 쉽게 설명해 주셔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교사 2명이 수업하는 게 낯설었지만 옆에서 하나하나 가르쳐 줄 수 있어 수업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채양은 현재 학원에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을 배우는데, 하루 2시간반씩 수업을 듣는다.

여간 의지가 강하지 않고서는 예습하기가 쉽지 않고 시험 준비를 하려면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

채양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다니지 못하는 친구도 공부 방식이 새롭고 공부하는 데 많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며 “이런 프로그램은 방학 때뿐만 아니라 학기 중에도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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