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美 탈북자 인권운동가 더글러스 신 목사 인터뷰

  • 입력 2003년 7월 29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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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인권운동가인 더글러스 신 목사가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탈북자 난민촌 건설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안철민기자
탈북자 인권운동가인 더글러스 신 목사가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탈북자 난민촌 건설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안철민기자
중국 정부가 압록강과 두만강 주변의 중국 내 6곳에 대규모 탈북자 난민촌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탈북자 인권운동가인 더글러스 신(48·한국명 신동철) 목사가 29일 밝혔다.

그는 이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 문제를 놓고 미-중 당국의 실무진들이 지난주 세부현안을 조율하는 비공식회의를 가진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탈북자 지원단체 ‘한반도 평화프로젝트’의 총책임자인 그는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마이클 호로위츠 인권프로젝트국장 등과 함께 북한 고위급 인사 망명 및 탈북자 해상 탈출 등을 기획해 온 인물.

신 목사는 “두만강 인근 충산(崇善)과 옌볜(延邊)의 두레마을 등이 유력한 난민촌 후보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충산은 백두산 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로 인근의 두만강은 건기에 성인이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수심이 얕은 곳이고 두레마을은 1997년 130만여평 규모의 땅을 중국 정부로부터 빌려 한국의 두레공동체(김진홍 목사)가 설립한 곳으로 난민촌 1순위로 거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속도라면 (한반도 정세에) 7∼10월 중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국내외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난민촌 건립은 미국과 중국이 올 2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때 원칙적으로 합의한 데 따른 것으로 중국이 먼저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은 중국이 탈북자정책 변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나온 것.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탈북자 문제를 새로운 측면에서 고려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은 신 목사와의 일문일답 요지.

―난민촌 설립에 대해 미국 등 관련국 정부가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는데….

“현 시점에서 정부 관계자에게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탈북자 정책이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온 가운데 관련 정보 소식통들을 통해 직접 들은 것이다.”

―대규모 난민촌 설립은 북한 정권 붕괴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중국이 난민촌을 건립하고 국경을 개방하면 북한 붕괴는 시간문제다. 최근까지 북한에 상주했던 국제기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 정권은 비무장지대와 평양을 제외하고는 주민들에 대한 감시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북한 내부 인사가 탈북 의사를 내비치는 e메일을 보내올 정도다. 또 북한 고위층들조차 ‘가족들의 탈북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고 들었다. 만일 중국이 국경 근처에 대규모 난민촌을 설립하면 북한에서 36시간 내 정변이 일어날 것이다. 대규모 탈북사태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탈북자 문제에 대해 왜 관심을 갖게 됐는가.

“28년 전(1975년) 대학(서울대 법대) 시절 도미해 뒤늦게 목사가 됐다. 6년 전 탈북자를 처음 만났고 비참한 상황에 있는 이들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탈북자 인권운동가인 노르베르트 폴러첸 등과 함께 언론을 적극 활용해 탈북자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중국 내 탈북자들을 몽골 피난처로 이주시켜 생활 터전을 마련해 주는 ‘몽골 루트’를 개척하다 2000년 말 몽골 국경에서 체포돼 감금되기도 했다. 하지만 탈북자들을 위해 계속 일할 생각이다. 지금도 나나 호로위츠 국장 등에게 탈북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전해오며 접촉을 시도하는 북한 인사가 열손가락을 넘는다.”

―방한 목적은….

“중국 내 난민촌 건설 등 상황이 시시각각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서울에서 할 일이 많다. 폴러첸씨 등 관계자들과 매일 만나 앞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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