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동서남북/충북도의원 '부끄러운 낮술 추태'

  • 입력 2003년 7월 2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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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대낮에 술을 마시고 볼썽사납게 폭력을 휘둘러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폭행 피해자가 여성 의원인 탓에 도내 여성단체들이 가해 의원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유주열 도의회의장은 이에 대해 28일 “의원들간의 불미스러운 일로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과 시민들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술자리와 주먹다짐이 벌어진 것은 23일 오후 4시경 청주시 분평동 모 한정식집. 참석자들에 따르면 A,B 등 남성의원 4명과 여성의원 C씨와 여성단체 간부 등이 우연히 만나 합석했다. 처음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의회 내부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언성이 높아졌고 급기야 A의원과 C의원이 서로에게 술잔을 던지면서 폭력사태가 촉발됐다. 옆에 있던 B의원이 C의원에게 ‘건방지다’고 말하며 폭행에 가세했다. C의원은 쓰고 있던 안경이 깨졌고, 얼굴에 유리 파편이 박히면서 17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다.

이날의 추태가 알려지면서 폭력을 행사한 해당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여성단체들의 비난이 거세졌다. 도의회 홈페이지에도 의회기간은 아니라해도 주민 대표들이 대낮술판과 폭력사태를 벌일 수 있느냐며 질타하는 글도 줄을 잇고 있다.

도의회는 곱지않은 시선이 이어지자 공식사과 했다. 그러나 ‘그날의 진실’에 대한 실체적 사실규명은 없이 책임회피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더욱이 사건에 관련된 A의원의 해명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만취한 C의원이 탁자에 엎어지면서 술잔에 부딪히는 바람에 얼굴에 상처가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게 A의원의 해명이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술에 취한 여성 의원이 혼자 쓰러져 다친, ‘혼자만의 과실’을 도의회의장은 물론 도의회가 나서 사과한 셈이 되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금 유급제와 유급 보좌관제를 목소리 높여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데 급급한 이들의 요구에 ‘동의’하는 주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유급제가 도입되더라도 지급된 급료중 일부를 대낮 술값으로 쓰지 않고, 품위를 지키겠다는 ‘보장’을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의원들 스스로임을 명심해야 한다.

청주=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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