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포석 人事의 세계]기업④-채용풍속도 변화

  • 입력 2003년 7월 2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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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용만 사장이 지난해 10월 신입사원 채용설명회장에서 회사의 비전과 인재육성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두산
두산 박용만 사장이 지난해 10월 신입사원 채용설명회장에서 회사의 비전과 인재육성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두산
지난해 10월 28일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열린 두산의 신입사원 채용설명회.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 회사 사장입니다.”

박용만(朴容晩) 사장이 단상에 오르자 수런거리던 장내가 조용해졌다.

“두산은 앞으로 매년 30% 이상 영업이익을 늘려가겠습니다. 인재를 키우기 위해 해외 경영대학원(MBA)과 해외 기업연수 제도를 시행하겠습니다. 능력과 성과에 따라 최고의 보상을 약속합니다….”

최고경영자(CEO)가 채용설명회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첫 사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인재가 생명이다=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뽑는 일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다. 그 중에서도 ‘핵심인재’에 대한 강조는 점점 더해가는 추세.

삼성의 창업자인 고(故) 이병철(李秉喆) 회장은 ‘메기론’을 자주 꺼냈다. 미꾸라지가 잔뜩 모인 물에 메기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 떼를 자극해 전체적으로 활력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한 사람의 인재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결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 최고의 자산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에서는 우수인재 확보실적이 CEO 평가의 주요항목이다. 그래서인지 삼성계열사 사장들은 해외에 나갈 때마다 인재사냥에 나선다. 삼성SDI 김순택(金淳澤) 사장은 임원들에게 “인재가 있으면 삼고초려(三顧草廬)하라”고 늘 강조한다.

지난해 LG전자는 미국 스탠퍼드대 등에 재학 중인 전기 전자 분야 석·박사생들을 채용했다. 구자홍(具滋洪) 부회장은 당시 미국으로 날아가 신입사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입사를 환영했다. 미국 현지에 ‘LG는 인재를 소중히 여긴다’는 소문을 퍼뜨리기 위해서였다.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외환위기 전에는 공채가 주요 인재영입 통로였다. ‘공채기수’란 말은 사규(社規)에 없지만 조직을 지탱하는 굳건한 ‘암묵질서’였다. 인사의 건강함이나 투명성은 ‘기수서열’ 및 ‘동기내 선두주자’가 제대로 반영됐느냐에 의해 판정됐다. 공채기수는 또 조직 충성심의 기초이기도 했다. 반면 공채과정에서는 학벌에 따라 줄을 세운 후 앞에서부터 자르는 식으로 변질되는 폐단도 있었다. A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1000명을 뽑겠다고 발표하면 500명은 주요 대학 위주로 추천받아 미리 뽑아놓은 경우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는 채용질서를 뒤집어놓았다. 대량해고를 겪고 난 뒤 더 이상 충성심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직이 잦다보니 기업은 초기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공채보다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전문인력을 선호하게 됐다. 직무별 수요에 따른 수시채용과 경력사원 선호가 두드러진다. 소규모 공채를 통해 일반관리직을 뽑되 꼭 필요한 인재는 기업이 직접 찾아나서는 것. 삼성이나 LG 등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수시채용 인력의 비율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 공선표(孔善杓) 상무는 “공채는 일을 가르치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하는 모범생형 인재를 뽑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기업의 채용 방식은 ‘그물형’에서 ‘낚시형’으로, 다시 ‘작살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뽑나=‘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이라는 기본적인 틀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학력(學歷) 대신 창의성과 실제 업무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우선 서류전형에서 학력을 쓰지 않는 기업이 늘고 있다. LG CNS와 SK건설, 동양매직, 한국토지공사 등은 입사지원서에서 학교 이름과 소재지, 본교· 분교 구분 등을 아예 없애고 전공만 표시하기로 했다.

면접과 실무테스트도 강화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면접이 2단계에서 3단계로, 시간도 총 60분에서 160분으로 늘었다. 인사팀뿐 아니라 실무부서의 과장까지 참여하고 여러 명의 면접관이 동시에 1명의 응시자에게 집중 질문한다. 면접에선 사례를 주고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이 주로 나온다. 삼성전자는 신 면접제도를 기획하면서 자문교수단을 운영해왔고 질문도 100여명의 현직 교수로 구성된 문제출제 위원단에서 준비한다.포스코는 인턴을 뽑아 실무부서에 배치한 뒤 관련분야에 대한 주제를 주고 프레젠테이션을 하도록 한다. 삼성물산은 평가에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포함시켰다.

21세기 핵심인재의 요건

자질 실천
업무 전문 능력-제품, 기술, 시장 관련 전문 지식 보유 변화 주도-조직의 관성을 타파-열정과 에너지로 새로운 가치 창출
인성 도덕성-올바른 가치관-조직과 고객에 대한 사명감 인간미-사람과 ‘운(運)’이 따르는 인재
자료:삼성경제연구소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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