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大 “무능한 교수 떠나라”…인사 개혁 추진

  • 입력 2003년 7월 29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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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최고 명문 베이징(北京)대가 86년 만의 ‘혁명’에 성공할 것인가.

최근 베이징대가 중국 내 대학 순위에서 라이벌인 칭화(淸華)대에 밀리자 세계 일류대학 육성을 목표로 대대적인 인사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외 교수 공개채용과 중간점검을 통한 재임용 등을 골자로 한 ‘교수 임용 및 직급 승진제도’가 그것.

한 번 교수가 되면 평생직장을 보장받는 ‘철밥통’을 없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교내외에서 격렬한 찬반논쟁이 시작되면서 개혁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학교측은 5월 발표한 개혁안을 대폭 수정해 최근 다시 내놓았으나 일부 교수들이 심하게 반발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학교측은 9월 중 다시 수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개혁안의 골자=교수인사개혁 방침이 처음 제시된 것은 2월 겨울방학 때 교내토론회. 당시 쉬즈훙(許智宏) 총장은 “일류대학의 관건은 인재에 있다”면서 “일류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가 필요하며 합리적 인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인사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교수 임용시 국내외 공개채용 △신규채용 교수는 박사학위 소지자 △강사와 부교수 계약제 △계약기간 내 정교수로 승진 못할 경우 계약 해지 △강사와 부교수 공석의 절반은 외부에 개방 △연구업적이 미달하면 임용 해지 등.

1917년 차이위안페이(蔡元培) 총장 이후 86년 만의 인사혁명으로 불리는 이 방안은 베이징대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중국 대학 순위에서 베이징대는 최근 3년 연속 칭화대에 밀린 데다 국제학회 등록논문도 200편으로 칭화대(500편)보다 훨씬 적다.

▽찬반 논쟁 격렬=인사개혁팀장인 장웨이잉(張維迎·경제학과) 교수는 “새 인사제도는 외국 대학들이 모두 채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도입한 방식”이라면서 “교수가 되기보다 교수자격 유지가 더 어려워야 우수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의 ‘철밥통’ 제도로는 학교의 경쟁력을 갖출 수 없으므로 중간평가를 통한 재임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 해외파 교수들과 학생들은 대부분 이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개혁 취지에는 찬성하면서도 그 저의와 외부환경을 문제 삼고 있다. 베이징대 교직원 8000여명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방대한 행정직부터 개혁해 학교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한 교수는 “행정직들이 대학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연구실이 없어 교내 식당에서 책을 보는 교수들에게 우수한 강의와 연구실적을 요구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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