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우즈-엘스, '최강'이 졌다

  • 동아닷컴
  • 입력 2003년 7월 29일 17시 58분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면 날기 시작한다. 그들도 땅거미가 지면서 힘찬 날갯짓을 했다.
‘엘니뇨’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왼손잡이 저격수’ 필 미켈슨(미국). 어둠이 깔린 필드에서 그들은 세계 남자 골프의 양대 산맥인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의 코를 납작하게 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산타페의 브리지스골프장에서 베스트볼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진 이벤트 골프대회인 ‘외나무다리의 결투’. 가르시아-미켈슨 콤비는 단 한 차례 리드도 빼앗기지 않은 채 1홀 남기고 3홀 차로 이기는 기쁨을 누렸다. 가르시아와 미켈슨은 120만달러의 우승 상금을 나눠 가졌고 우즈와 엘스는 각각 25만달러를 챙겼다.

2000년 ‘빅혼의 결투’로 이름 붙은 우즈와의 맞대결에서 1홀 차로 이겼던 가르시아는 이날 다시 우즈에게 패배를 안기며 ‘호랑이 사냥꾼’으로 떠올랐다. 대회 장소 인근의 샌디에이고가 고향인 미켈슨은 홈 코스에서 정교한 쇼트 게임을 유감없이 펼쳐 고향 팬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우즈는 나이키 드라이버 대신 예전에 쓰던 타이틀리스트 제품을 18개월 만에 들고 나오며 의욕을 보였으나 결정적인 퍼팅이 번번이 컵을 빗겨 나가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7홀 연속 무승부로 팽팽히 맞선 사이 어둠이 몰려들었고 가르시아는 조명탑에서 쏟아지는 밝은 불빛을 등진 채 16번홀(파5) 그린에 올라섰다. 간신히 1홀 차로 앞선 불안한 상황. 과감한 그린 공략으로 2온에 성공한 그는 7m짜리 이글 퍼팅마저 컵에 떨어뜨렸다. 2홀 차 리드를 따낸 가르시아는 승리를 확신한 듯 파트너 미켈슨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설거지는 미켈슨의 몫이었다. 17번홀(파4)에서 가르시아가 2온에 실패했으나 미켈슨이 세컨드 샷을 핀 2m에 붙인 뒤 버디를 놓친 상대에게 ‘OK 버디’를 받아 승부를 결정지은 것.

가르시아와 미켈슨은 올 시즌 무관으로 부진한 반면 우즈와 엘스는 이미 9승을 합작한 터. 세계 랭킹에서도 우즈와 엘스가 1, 2위를 달리고 있는 반면 미켈슨(11위)과 가르시아(14위)는 10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하지만 네 명이 각자 플레이를 해 홀마다 성적이 좋은 선수의 스코어를 팀 성적으로 하는 매치플레이에서 이런 경력은 참고 자료에 불과했다.
가르시아-미켈슨조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경기 초반 3홀 차까지 앞서나가며 기선을 제압했다. 미켈슨이 1번홀(파4) 버디로 기분 좋게 출발했고 가르시아가 3, 6번홀에서 잇달아 버디를 추가한 것. 하지만 우즈가 7번홀(파5) 버디로 추격의 불길을 댕겼고 8번홀(파3)에서 연속버디를 잡아 한 홀 차로 바짝 쫓았다. 이후 이들 4명은 15번홀(파3)까지 잇달아 비기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우즈·엘스-미켈슨·가르시아 홀별 스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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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승리, H비김, *UP=*홀 앞섬, *DN=*홀 뒤짐, 3&1=1홀 남기고 3홀차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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