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터넷 국정신문’ 추진 논란

  • 입력 2003년 7월 28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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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처 브리핑제가 실시되는 9월 1일부터 온라인 정부신문인 ‘인터넷 국정신문’을 창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 국정신문의 창간취지는 보다 쉽게 국민들에게 정책관련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것.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부 비판적 언론에 맞대응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국정신문은 대안매체?=정부측은 ‘인터넷 국정신문’이 9월부터 정부부처에서 실시되는 브리핑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창간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정순균(鄭順均) 국정홍보처 차장은 “지금도 국정홍보처에서 인터넷으로 ‘국정뉴스(www.news.go.kr)’를 내보내고 있다”며 “그동안 딱딱한 보도자료를 여과없이 내보냈지만 앞으로 기사 형태로 쉽게 전달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정 차장은 “신문기사 형태의 보도자료와 함께 동영상 등도 내보낼 것이다”며 “‘오마이뉴스’처럼 재미있게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현재 오프라인으로 6만부가량 발간되는 ‘주간 국정신문’은 인터넷신문에서 인기를 끌었던 기사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칼럼 위주로 개편하기로 했다. 보도자료를 내는 즉시 인터넷에 올려 속보성 측면에서도 다른 온라인 매체에 뒤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 국정홍보처는 인터넷 주요 뉴스를 공무원과 학계 언론계 등 전문가집단 10만여명에게 e메일로 발송키로 했다.

아울러 보도자료를 단순 중계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청와대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처럼 사실관계가 다른 기사나 비판적인 칼럼 등에 대해서는 장관이나 차관이 직접 나서 해명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선부처에서는 “공무원이 정책자료를 생산하고 기사까지 직접 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면서 “잘못된 기사에 대한 대응을 넘어 신문비평까지 하게 되면 언론과 소모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전문가 진단 및 한나라당 반응=한국외국어대 김우룡(金寓龍·신문방송학) 교수는 “정부 지지도가 이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인터넷 국정신문은 정부 홍보를 위한 매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리랑TV, KTV 등 기존 국정홍보 매체 외에 비언론 전문가인 공무원들을 동원해 또 다른 관영 매체를 만드는 것은 혈세(血稅) 낭비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대 유재천(劉載天·언론정보학) 교수는 “청와대나 부처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발상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인터넷 국정신문의 형태가 비판적 언론에 대한 해명 등으로 채워지고 있는 ‘청와대 브리핑’을 답습한다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가 직영하는 관영 매체를 만들어 대국민 홍보에 직접 나서겠다는 것으로 또 다른 형태의 언론장악 시도”라며 “언론의 비판과 견제를 받지 않고 네티즌의 감성에 호소해 왜곡된 국가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 발간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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