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두복/중국 ‘北核중재’ 나선 까닭

  • 입력 2003년 7월 28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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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핵 위기가 심화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도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북핵 문제 조율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런 변화된 중국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다.

▼“핵확산 희생자 될수도” 위기의식 ▼

이 같은 중국의 적극적 자세는 후진타오 체제가 출범하면서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 결정의 기본 척도로 국가이익이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즉 북핵 문제가 그들의 국가이익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에 대한 평가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국가이익의 관점에서 이뤄진 평가에 따라 그들은 결과적으로 북한 핵개발에 대한 안보 위협을 안게 됐으며 스스로 핵 확산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즉 그들 주변에서의 핵 확산이 북한에서 끝나지 않고 한국과 일본, 대만으로까지 확산되어 스스로 핵 보유국들에 포위되는 사태를 우려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핵무기와 관련해 최근 중국측은 미국 등 핵 강대국으로부터 초래되는 위협보다는 핵 소국이나 북한과 같은 잠재적 핵 보유국으로부터 초래되는 위협이 더욱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 신지도체제의 변화하는 외교정책 기조도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중국은 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국제문제에 대해 소극적 피동적 자세를 견지했던 기존의 정책을 조정해 북핵 문제와 같이 국가이익과 긴밀히 연관되는 주변지역 문제에 대한 적극적 참여와 역할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저비용 안정적 협력관계의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중국의 기본정책방향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성 개발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다시 말하면 북핵 문제에 대해 소극적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온 기존정책은 대미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중국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은 미국과의 안정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는 데 북핵 문제를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미국은 지금까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구해 왔으나 중국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북-중 관계와 중국의 개입을 원치 않았던 북한의 태도가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의 조기 종결 이후 심각한 고립과 위기에 직면한 북한은 그들의 안보에 대한 보장자 또는 대미 협상의 중재자로서 중국과의 정상적 협력관계 회복이 절실해졌다. 그 결과 중국의 역할에 대한 북한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이루어짐으로써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의 공간과 조건이 확립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 선택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시에 북한체제의 붕괴, 그 후의 한반도 상황 전개와 긴밀한 연계하에서 이루어지는 복잡성을 띠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체제 붕괴 이후 그들에게 중요한 지정학적 이해를 갖는 한반도에서의 상황 전개가 그들의 국가 이익이나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한, 북한체제의 붕괴로 연결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배제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역할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北 체제붕괴 관련 조치엔 반대 ▼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방 확대, 미국 세력의 중앙아시아로까지의 확장, 중국이 NATO와 국경을 서로 마주하게 되는 사태로의 발전 등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정학적 이해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행동반경을 더욱 제약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바라볼 때 그들의 역할이 경제 군사조치와 같은 압박조치가 아닌 평화와 외교적 해결을 기본 전제로 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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