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성원/검찰총장 국회출석 논란 점입가경

  • 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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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의 국회출석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굿모닝시티 로비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대표에게 ‘검찰이 과잉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에서 촉발된 정치권의 논란은 9월 정기국회부터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제도화하겠다는 민주당측의 공언으로 여당과 검찰간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은 논의의 출발점이 정략적이다 보니 여권 내에서도 서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주류측의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27일 검찰총장 국회출석 추진방침에 대해 “아무리 의도가 선량하다 해도 국민의 불신을 살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우리 당이 이 문제를 제기하면 ‘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발언은 ‘검찰총장 국회출석 불가’에서 뚜렷한 명분 없이 ‘출석 추진’으로 선회한 당 지도부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 민주당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한나라당이 대통령 아들 비리 등에 대한 검찰의 미온적 수사를 문제 삼아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요구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적극 반대해왔다.

율사 출신인 천 의원이 2001년 11월 26일 국회 법사위에서 발언한 속기록은 민주당의 이런 입장을 대변한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검찰은 정치적으로 독립되고 중립적인 검찰입니다. 저는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검찰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을 흔들거나 무너뜨리고 더 나쁘게 말하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검찰 사무나 수사 문제에 관해 따질 일이 있으면 법무부 장관을 불러서 따지는 것이 오랜 관행일 뿐만 아니라 국회법과 검찰청법에서 확립된 법의 정신이며 검찰총장 국회출석은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문제라고 봅니다.”

명분이 없다보니 민주당의 일부 당직자들은 과거 야당 시절 검찰총장 국회출석을 주장했던 점을 들어 “돌고 돌다 보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공당(公黨)의 당론이 원칙과 최소한의 일관성을 상실한 채 당리당략에 따라 갈지(之)자 걸음을 거듭한다면 국민의 정치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과거 집권당 시절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에 반대하던 한나라당이 야당이 돼서는 한때 검찰총장 국회출석을 요구하다가 정작 이번에는 거꾸로 돌아선 것도 문제다.

원칙이 실종된 ‘말로만 공당(公黨)’들의 군색한 모습이다.

박성원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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