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로버트 김을 외롭지 않게

  • 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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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사기밀을 한국에 넘겨준 혐의로 7년째 복역 중인 로버트 김(한국명 김채곤)을 돕기 위한 후원회가 어제 서울에서 결성됐다. ‘재미동포 애국자’ 김씨를 이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들이 한데 모인 것이다. 늦기는 했지만 조국을 도우려다 수인(囚人)이 된 김씨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같아 다행이다. 많은 국민이 동참해 후원회의 계획대로 김씨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로버트 김은 국가기밀을 유출해 벌을 받는 미국 공무원이 아니다. 애국심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조국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전하는 ‘의로운 행동’을 한 재미동포로 그를 기억해야 한다. 김씨는 후원회에 보낸 편지에서 “저의 사건은 한반도가 남북으로 양분되지 않고 이념을 같이했으면 있을 수 없는 부산물”이라며 “내 행동에 대해 한 점 부끄럼이 없고 다시 그런 상황에 처해도 다른 방법으로 고국을 돕겠다”고 말했다. 그런 김씨를 기억하고 돕는 것은 우리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정부는 9년형을 선고받은 김씨의 감형을 위해 나서라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고 공개적인 개입을 주저해왔다. 5월 노무현 대통령 방미 때 미측에 뒤늦게 비공식적으로 사면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씨가 “더 이상 한국정부에 바라는 것이 없다”고 토로할 정도로 실망하게 된 이유를 정부는 잘 헤아려야 한다.

내년 7월 출소 예정인 김씨는 투병 중인 90세의 부친을 생전에 만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그가 석방 즉시 귀국해 부친과 상봉할 수 있도록 보호감찰에 대한 사면을 받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는 곳이 국내건 국외건 이 땅에서 태어난 백성이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것은 정부의 할 일이다. 로버트 김이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은 여전히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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