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6년째 관광가이드 자원봉사 양진수 경장

  • 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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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을 위해 스스로 등산지도를 만들고 안내를 도맡고 있는 ‘울릉도 지킴이’ 양진수 경장. -울릉도=조성하기자
관광객들을 위해 스스로 등산지도를 만들고 안내를 도맡고 있는 ‘울릉도 지킴이’ 양진수 경장. -울릉도=조성하기자
‘울릉도 관광에 대해 알고 싶으면 연락 주십시오. 016-535-3739’

울릉도 서면의 사자굴 앞 바닷가에 가면 한 노점 유리창에 붙은 이 같은 안내문 스티커를 볼 수 있다. 어느 관광가이드가 손님을 끌기 위해 붙인 걸까?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경찰관이다. 울릉경찰서 북면파출소에 근무하는 양진수(梁鎭壽·42) 경장.

“울릉도는 관광지인데도 안내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그것이 안타까워 스티커를 만들어 곳곳에 붙여두었지요.”

양 경장은 벌써 6년째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에게 무료로 관광안내를 해주고 성인봉(해발 984m) 등반도 함께하는 ‘울릉도 지킴이’다. 처음에는 주위로부터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그의 순수한 열정이 알려져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는다.

비번일 때마다 산을 오르며 관광객을 안내하다보니 울릉도 성인봉만 지금까지 100차례도 넘게 올랐다. 민박집 콘도 호텔 음식점 관광코스 등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으면 그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양 경장은 요즘 한창 사진촬영에 빠져 있다. 섬 전역을 돌며 촬영한 풍경이나 꽃 사진을 관광객들에게 나눠주고 손님들의 기념사진도 자비로 인화해 보내준다. 지금까지 전국에 보낸 사진만 수백장에 이른다.

“제가 대한민국 경찰 중 전국에서 오는 감사 편지는 가장 많이 받아봤을 겁니다. 그게 바로 보람이죠. 소포로 귤이나 양말, 꿀 등 작은 선물을 보내주는 분들도 많아요.”

입소문이 퍼져 요즘은 전국 곳곳에서 울릉도에 갈 테니까 안내를 맡아달라는 전화가 줄을 잇는다.

“근무하는 날이어서 안내가 어려우면 손님들을 오시라고 해서 지도라도 하나 드리고, 꼭 봐야 될 곳도 표시해드리고, 이곳저곳 연락처도 알려드리고 하지요. 오시는 분은 무조건 대환영입니다.”

경찰관이 된 지 올해로 12년째인 그는 경북 경주 출신이다. 울릉도와는 전혀 연고가 없는 그가 7년 전 울릉도 근무를 자원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그는 부임한 후 변변한 등산지도 하나 없는 현실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비번일 때면 교통사고 조사용 줄자와 식물도감을 들고 다니며 일일이 등산로의 거리를 재고 주변의 지형지물과 희귀식물의 위치를 표시해 직접 등산지도를 만들었다.

울릉도와의 사랑에 빠져서일까. 지난해에야 늦장가를 들어 딸을 하나 둔 그는 가능하면 울릉도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에서 영원한 울릉도 지킴이로 살아가는 게 제 꿈입니다.”

울릉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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