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주민 6000여명 또 시위…"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철회"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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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건설되는 것을 반대하는 부안군민 6000여명이 부안군 수협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핵 폐기장 건설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안=변영욱기자
25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건설되는 것을 반대하는 부안군민 6000여명이 부안군 수협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핵 폐기장 건설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부안=변영욱기자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방폐장)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가 25일 전북 부안군과 전주시 등 2곳에서 주민과 반핵단체 회원 등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주민과 경찰 등 100여명이 다친 22일과는 달리 이날 시위는 비교적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부안 집회=부안 방폐장 유치 철회를 촉구하는 부안군민 결의대회가 25일 오후 2시부터 부안읍 부안수협 앞 도로에서 열렸다.

‘핵 폐기장 백지화 및 핵 발전소 추방 범군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문정현 문규현 신부를 비롯해 환경단체 및 반핵단체, 농민회, 민주노총 관계자, 주민 등 600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위도에서 가까운 해안 지역인 변산면, 진서면 주민들이 방학 중인 초중학생 자녀들과 함께 오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장석동 부안군 의원과 주부 등 10명이 항의의 뜻으로 삭발했다.

집회장에는 ‘핵 폐기장은 청와대로, 핵 발전소는 여의도로’, ‘매향노 김종규 군수 퇴진’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현수막, 깃발 등 100여장이 내걸렸다.

집회장 연단 옆에는 높이 3m, 폭 2m짜리 모형 핵폐기물 드럼통이 설치됐고 길가에는 핵 폐기장 피해를 경고하는 대자보가 곳곳에 부착돼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참석자들은 “자손만대 대물림되는 죽음의 재인 핵 폐기물을 한 지역에 몰아넣는 핵 폐기장 건설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전북지사와 부안군수가 낙후와 소외라는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여론몰이와 돈을 앞세워 지역을 심각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삭발한 주부 이성림씨(40)는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서 핵 폐기장 건설을 목숨을 걸고 막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는 집회를 마친 오후 4시경 부안군청 앞까지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으나 충돌 사태는 없었고 오후 6시경 자진 해산했다.

주최측은 이날 오전 읍면지역을 돌며 집회 참가를 유도하는 방송을 해 상당수 상가가 문을 닫고 철시했다. 또 영업용 택시들은 ‘핵 폐기장 반대’라고 쓰인 소형 깃발을 차에 매달고 운행했다.

한편 26일 오전 윤진식 산업자원부 장관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부안군청과 위도 현지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주민들과의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전주 집회=이날 오전 11시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핵 폐기장 반대 전북도민총궐기대회는 행사 직전 내린 폭우로 인해 100여명만이 참석, 1시간 만에 끝났다.

참석자들은 “전북의 핵 폐기장 유치는 잘 보존된 자연 환경과 전통 문화 유산을 간직한 전북의 미래 경쟁력을 짓밟는 것”이라며 “민주적 절차와 합의 과정을 무시한 강현욱 전북지사와 김종규 부안군수는 즉각 퇴진하라”고 주장했다.

▽경찰 대응=경찰은 이날 40개 중대 5000여명을 배치, 아침 일찍부터 시위대의 고속도로 점거에 대비해 서해안 고속도로 나들목에서 검문을 벌이고 부안읍 주요 진입로에서 트랙터 등 농기계의 진입을 막았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대책위 간부들에 대한 무리한 체포를 시도하지 않았다.

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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