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던진 역무원…영등포역 구내 어린이 구하고 두발 잘려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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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균 열차운용팀장
김행균 열차운용팀장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열차에 치일 뻔한 어린이를 구한 철도역무원이 양 발을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다.

25일 오전 9시9분 서울 영등포역에서 서울발 부산행 새마을호 제11호 열차가 8번 승강장 안으로 막 진입하는 순간 10세쯤 되는 어린이가 안전선을 벗어나 철로로 들어왔다. 이 때 김행균 열차운용팀장(42)이 뛰어들어 어린이를 잡아 안전선 쪽으로 밀어냈으나 자신은 중심을 잃고 열차에 치여 왼쪽 발과 오른쪽 발가락 모두를 잃었다.

동대구역으로 가기 위해 승강장에 서 있던 서혜림씨(45)는 “역무원이 넘어지면서까지 아이를 구했지만 자신은 그만 철로 방향으로 넘어졌다”며 “급히 몸을 굴려 피하려 했지만 끝내 열차를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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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직후 의식을 잃은 김씨는 119구급차를 타고 가는 도중 잠깐 의식을 되찾자 자신의 부상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아이는 괜찮으냐”는 말부터 꺼내 사람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지난 25일 영등포역에서 위험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고 자신은 왼쪽다리가 절단되는 등 중상을 입은 철도공무원 김행균씨가 접합수술을 받은 신촌연세병원에서 26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구해 준 아이가 누구인지는 이날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철도청은 당시 8번 승강장은 새마을호 승객만 이용했다는 점에서 사고 열차가 종점인 부산역에 도착할 때까지 여러 차례 안내방송을 했지만 보호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동료 역무원들은 “김씨는 평소에 ‘솔선수범 맨’으로 통할 정도로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24년 경력의 김씨는 철도청에서 근무하는 동안 사고 예방에 기여한 공로로 세 번이나 표창을 받기도 했다.

1979년 국립철도고를 졸업하고 부산진역 수송원으로 철도공무원을 시작한 김씨는 올 4월부터 영등포역 열차운용팀장으로 일해 왔다. 김씨는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서 일흔을 넘긴 어머니와 부인, 두 자녀와 함께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등포역의 장현호 주임(34)은 “다른 사람 같으면 호루라기를 불고 멀리서 고함을 치는 것으로 그쳤을 일인데, 평소 성격대로 철저하게 하느라 사고를 당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신촌연세병원에서 6시간 동안 수술을 받았다. 병원측은 “왼쪽 발은 뼈와 혈관, 신경을 잇는 데 성공했다”며 “그러나 수술 결과가 좋더라도 왼쪽 다리는 10cm쯤 짧아져 다리를 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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