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총장 국회소환 요구할 땐가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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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9월 정기국회부터 제도화하겠다는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의 발언은 ‘굿모닝게이트’에 연루된 당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체면도 집어던졌다는 인상을 준다.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제도는 유신 이후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없어졌으나 법률에 뚜렷한 규정이 없을뿐더러 가부간 딱히 어느 것이 옳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대철 대표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들고 나오는 것은 검찰 수사를 위축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던 시절 야당이 검찰총장의 국회출석을 요구하면 여당이 반대했는데 이번에는 공수(攻守)가 바뀐 점도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과거 한나라당이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국회 출석을 요구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했다. 그렇다면 민주당 대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총수를 국회에 불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묻고 따지는 것은 정치적 중립에 대한 훼손이 아니란 말인가.

민주화를 이룬 뒤에도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호된 시련기를 거쳐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 마당에 정 대표와 비리혐의를 받고 있는 몇몇 의원들이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청와대가 검찰을 통제하지 못한다”거나 “법무부 장관을 바꿔야 한다”고 큰소리를 치는 판이니 이래서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유인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정 대표와의 회동 내용을 설명하면서 “검찰이 요새 간덩이가 부었잖아”라고 말했는데 그것이 대통령의 참모로서 정당한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에 할 말인가. 더구나 유 수석비서관의 말이 여권의 대체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민주화 시대에는 검찰도 견제와 균형의 틀 안으로 들어와 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어느 정도 수긍할 측면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금 그것을 요구할 명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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