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바다의 실크로드'…동-서양 문명 잇는 ‘海上 고속道

  • 입력 2003년 7월 25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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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포르투갈은 계피 정향 등의 향료무역으로 ‘바다의 실크로드’를 독점했다. 16세기 리스본항을 묘사한 그림.사진제공 청아출판사
16세기 포르투갈은 계피 정향 등의 향료무역으로 ‘바다의 실크로드’를 독점했다. 16세기 리스본항을 묘사한 그림.사진제공 청아출판사
◇바다의 실크로드/양승윤 최영수 이희수 외 지음/413쪽 1만5000원 청아출판사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서 먼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공간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머나먼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그리고 푸른 초원이 비단처럼 포근할 것 같은 환상이 있는 실크로드를 향해서.

그래서인지 요즈음 ‘실크로드’와 관련된 이름을 가진 책자들이 부쩍 늘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기존 저작들이 여전히 육상 실크로드 즉 오아시스 루트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분명 바닷길(스파이스 루트 혹은 세라믹 루트)의 시대가 온다고 배우지 않았던가. 이 책은 이 부분의 공백을 메워준다.

이전까지 비교적 느슨하게 연결되던 ‘바다의 실크로드’는 8세기를 전후로 이미 육상 실크로드의 지위를 능가하게 되었고 현재도 물동량에서 다른 교역 루트의 추종을 불허하며 문명교류의 실질적인 장(場)으로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길은 이제 끊임없는 접촉과 교류를 통해 각자의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하고 아울러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를 학습하는 무대가 되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교역로는 중국에서 시작해 베트남 말라카 인도 중동을 거쳐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에 이르기까지 지리적으로 상당히 넓게 펼쳐져 있다. 이 무대의 주인공들도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이 책의 진가는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랫동안 각 지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온 학자들이 공동작업을 수행하고 충실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다. 직접적인 교역행위뿐 아니라 교류와 교역이 유럽과 아시아 각지의 복잡한 역사 전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지 적절한 예문을 통해 세심하면서도 재미있게 서술했다.

과거를 회상하며 재미있게 곱씹을 거리를 제공하는 것만이 결코 역사학의 임무는 아니다. 이 책은 오랫동안 지역학에 종사해온 전공자에게 프롤로그를 맡겨 동아시아의 해양지리적인 특색과 현재 대두되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연결시켜보고 있다. 즉 ‘바다의 실크로드’를 역사적으로 더듬어보는데 만족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연결해 모색해 본 것도 이 책이 지니는 두 번째 장점이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독자를 위한 배려다. 많은 그림과 지도를 할애하여 나날이 시각적 이미지에 익숙해져가는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있다. 장마다 본격적 주제 분석에 앞서 저자가 관련 지역을 둘러본 느낌을 기행문의 형식을 통해 기록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중국 부분의 저자는 홍콩 빌딩 숲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베트남 부분의 저자는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호이안에서의 자전거여행을 추억하면서, 말라카 부분의 저자는 직접 가이드가 되어 세계 각국의 건축 양식이 공존하는 유서 깊은 이 도시를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정작 바다의 실크로드에서 한국이 배제되어 있다는 점, 문체가 통일되지 못한 점, 동일한 주제가 겹치는 점, 그리고 인명이나 지명의 표기가 통일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할 수 있는데 이는 공동작업의 어려움에서 비롯된 부분으로 이해된다.

김윤태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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