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인터넷 언론 명예훼손은 누구 책임?

  • 입력 2003년 7월 24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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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 모델 겸 탤런트 변정수의 ‘사망설’이 나도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한 여대생이 재미삼아 일간지에 나온 교통사고 사망기사와 스포츠 신문에 나온 변씨의 기사를 조합해 올렸지만 삽시간에 확산돼 변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 변씨는 조기 대응에 나서 경찰에 고소하고 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냈지만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고소를 취하했다.

이처럼 인터넷으로 인해 ‘명예훼손’의 피해를 보았을 경우 어떻게 구제받아야 할 것인가. 언론중재위원회가 발행한 2003년 ‘언론중재’ 여름호는 정간물법이나 방송법으로 규제되지 않는 ‘인터넷 언론의 법적 문제와 과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인터넷 언론의 특징=인터넷 신문과 방송이 언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미국에서 1999년 퓰리처상 심사위원회가 인터넷 언론의 기사도 공공봉사 금상부문의 수상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결정이 크게 작용했다.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언론에 대해 실시간 현장 리포트, 무한한 지면을 이용한 풍부한 해설과 심층보도, 기존 언론이 다루기 힘든 대안적 의제 설정 등 풍부한 가능성이 있는 매체”로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쌍방향성 신속성 익명성 시민기자제 등으로 사실 검증이 잘 안된 보도, 명예훼손 가능성 상존 △분쟁 발생시 언론중재위를 통한 ‘반론권’ 보장 미비 △인터넷 언론의 새로운 권력화 △수익 모델의 부재로 인한 광고 의존 가능성의 문제점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터넷 매체의 ‘상호 작용성’은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법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 논란이 벌어진다고 그는 지적했다. 최초의 정보 게재자, 2차적 게재자(일명 ‘퍼 나르기’를 한 네티즌), 체제 운영자(시솝), 정보서비스 제공자 등 사이에 명예훼손 책임의 크기를 정하기란 무척 어렵다는 것이다.

▽통신이냐 언론이냐=현재 인터넷 언론은 정기간행물법이나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전기통신사업자로서 법 적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16대 대선 당시 ‘오마이뉴스’는 대통령후보자 초청토론회를 개최하고자 시도했으나 선관위의 제지로 불발됐다. 이같이 인터넷 언론은 법적 제도 미비로 ‘언론으로서의 권리’도 제약받고 있지만 ‘언론중재위를 통한 반론권 보장’ 등 책임을 물을 만한 근거도 없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법학과)는 “사이버 공간은 개인적 접근이 가능한 사적인 영역인 동시에 통신망이라고 하는 국가사회적 기반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공적 책임’이 무시될 수 없다”며 “인터넷 언론을 ‘전기통신기본법’상의 ‘온라인서비스 제공자’로 두기보다는 정간법이나 방송법상의 ‘언론의 자유와 책임’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숭희 변호사는 ‘해외 인터넷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의 국제재판관할권과 소송절차’라는 논문에서 “해외의 인터넷 언론이 국내 유명 탤런트의 명예훼손 기사를 썼을 경우 그 피해는 세계적일 수 밖에 없다”며 “그러나 국제재판관할권 제도의 취지상 명예훼손의 범위는 세계를 상대로 무한대로 청구할 수 없으며 피해자의 주된 생활권역에 한정시키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숭희 변호사는 논문 ‘해외 인터넷 언론에 의한 명예훼손’을 통해 “인터넷의 ‘개방성’으로 불법 행위의 피해는 세계적일 수밖에 없지만 명예훼손의 발생지는 피해자의 주된 생활 권역에 한정되는 것이 국제재판관할권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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