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자의 9대특성]부동산-벤처투자로 재산모아

  • 입력 2003년 7월 24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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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부자들은 주로 부동산 투자와 벤처사업으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 투자원금을 지키려는 심리가 강하면서도 5월 23일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로는 주식 및 채권 투자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은 24일 “금융자산을 30억원 이상 갖고 있는 고객 30여명을 지난 2년 동안 인터뷰한 결과 이 같은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태익 국민은행 압구정 프라이빗뱅킹(PB)센터장의 분석 결과 대부분 서울 강남권에 살고 있는 한국의 부자들은 198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과 1990년대 후반 벤처 열풍 속에서 부를 축적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자산은 부동산과 은행 예금 및 적금. 또 평균적인 자산 배분은 △부동산 60% △은행 예·적금 22% △투자 상품 8% △보험 7% △기타 3%로 이뤄져 있다. 부지런히 저축해서 투자 밑천을 마련한 다음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려나가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부자가 되는 비결이었던 셈.

“부자 고객의 비위 맞추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라고 김 센터장은 말한다. 투자나 자산관리에 대해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성향 때문이란다.

자기 금융자산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려 하지 않는 것도 한 특징이다.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한국 은행권 PB의 최대 라이벌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고 주인의 재산상 비밀을 저승에까지 가져갈 수 있는’ 충직한 비(非)제도권 매니저들이다. 고급호텔 VIP룸 뺨치는 PB센터에 들러 그저 개별상품 정보만 캐묻고 가니 정작 돈 되는 종합재무컨설팅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5월 23일 부동산 투기 대책이 나온 뒤 어느 정도 인식의 변화가 눈에 띈다고 한다. ‘투자를 할 때 절대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부자들이 주식이나 채권처럼 위험이 큰 투자 대안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잘하면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해외 투자 상품에 대해 많이들 묻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관심 이동이 구체적인 투자로 실행되고 있지는 않는 걸 보면 아직은 마땅한 상품과 투자 타이밍을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부자들의 마음에 쏙 드는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국 PB산업의 현실도 이들의 장고를 더 길어지게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PB사업의 잠재고객인 10억원 이상 금융자산 보유자는 현재 5만5000∼7만명이며 전체 시장 규모는 25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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