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55마일 단독경비, 어깨 무겁다

  • 입력 2003년 7월 2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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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은 어제 주한미군이 맡고 있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 책임을 늦어도 2005년 초까지 한국군에 이양하기로 합의했다. 우리 군이 휴전선 155마일 전역의 경비를 단독으로 떠맡게 되는 것이다. 정전 이후 50여년 만이라는 연대기적 의미와 함께 우리가 비로소 미군의 도움에서 벗어나 북한과의 경계선 방위를 전담하게 된다는 상징성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특수부대의 해상 침투 저지 등 그동안 주한미군이 담당하던 특정 임무 8개까지 우리 군에 이양된다니 자주 국방의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남북이 여전히 대치상태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미의 JSA 경비책임 인계인수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북한의 핵개발 움직임으로 인해 현재 한반도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군이 JSA 경비를 전담하는 것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느닷없는 변화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완충 역할을 하던 미군이 빠지고 남북 군이 직접 맞닥뜨리면 우발적으로라도 충돌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게 아닌가.

미국이 이양 시기를 2010년 이후로 하자는 우리측 주장을 물리치고 자신들의 계획을 관철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미 양국은 이번 합의가 한국군의 ‘홀로서기’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재배치는 미국의 일방적 결정에 의해 추진될 사안이 아니다. 용산기지 이전 같은 대역사를 앞두고 미국은 밀어붙이고 한국은 속절없이 미국 방침을 수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면 한미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은 휴전선 단독 경비를 추진하기 전에 한국이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면밀하게 검토하고 만약 부족하다면 적절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주한미군의 변화가 한미 양국에 ‘윈-윈게임’이 되고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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