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자금 공개]한나라-시민단체 반응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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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신고내용 재탕”▼

한나라당은 23일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에 대해 “공개가 아니라 선관위 신고내용을 재탕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선관위 신고금액을 갖고 ‘짜맞추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 발표”라며 “형식적인 공개에 앞서 불법적인 비리자금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공개된 대선자금 내용의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거액의 수입금이 누락됐다는 점이다.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대기업에서 200억원을 모금했다고 했고,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도 120개 기업으로부터 100억원을 거뒀다고 고백했는데도 이들 수입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이 ‘지난해 중앙당 후원금의 한도가 찼기 때문에 중앙당 후원금은 한 푼도 없고 서울 인천 경기 제주지부 후원회를 통해서만 후원금을 거뒀다’고 발표한 내용도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민주당이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금 액수와 접수창구를 사전에 교통정리했다는 증거”라며 “4개 시도지부 후원회가 중앙 선대위에 145억원을 기부한 것도 시도지부 후원회는 후원금을 해당 시도지부에만 기부하도록 돼 있는 현행 정치자금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여권의 대선자금 공개 공세에 ‘정략적 음모’가 깔려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24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당 대선자금 진상규명 특위 장광근(張光根) 위원장은 “여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 전체를 부패비리집단으로 몰아 신당 창당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며 “대통령과 민주당은 불법 대선자금 모금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진실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시민단체 “후원자 밝혀야”▼

민주당이 23일 대선 자금 내용 일부를 공개한 데 대해 검찰은 “이번 발표만으로는 수사 단서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검의 한 간부는 “대선자금 모금 과정이나 명목에 불법이 있었다는 구체적인 단서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사를 한다 안 한다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정치자금법상 후원금 기부자의 실명을 공개할 수 없어 누가 얼마를 냈는지 알 수 없는 데다 100만원 이상 고액 후원금을 낸 사람들의 경우 민주당 자체 집계를 발표한 것일 뿐 이를 입증할 공식 영수증도 없다.

또 선거법의 경우 지난달로 공소시효가 이미 끝난 상태여서 대선자금 모금과 집행 과정에 선거법 위반 사실이 있다 해도 처벌할 수 없는 상태다.

반면 발표 내용에 특별한 법적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앞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특가법상 뇌물 수수 등을 입증할 ‘새로운’ 단서가 튀어나오지 않는다면 검찰이 수사에 나설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발표 외에 ‘무엇’인가 문제가 포착될 경우 검찰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부적절한 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서울 모지청 부장검사는 “아직 공개하지 않은 대선자금 부분에 대해 여야가 어떻게 합의하고 어디까지 공개할지, 그 과정이 어떤 이해관계와 맞물려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3일 “대선자금 공개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국민적 의혹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공개의 핵심사항인 후원금 기부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공개의 실질적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며 “민주당이 진정으로 정치제도 개혁에 의지가 있다면 고백성사하는 마음으로 대선자금 일체를 공개해 국민의 이해와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자료의 공개시기를 실질적인 선거활동이 시작된 경선 시점으로 맞추지 않고 선대위 출범 이후로 제한한 것은 ‘전모를 밝히겠다’는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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