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개 대선자금 ‘의혹투성이’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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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23일 공개한 16대 대선자금 내용은 ‘헌정 사상 최초’라는 의미에도 불구하고, 해명이 불충분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은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돼 ‘짜맞추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했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이날 대선자금 공개를 위해 마련된 확대간부회의가 시작된 지 30여분이 지나서야 간부들에게 자금 명세서를 배포해 불만을 사기도 했다.

▽국민성금의 실체는=이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용카드 휴대전화결제 ARS 희망돼지저금통 희망티켓모금액 무통장입금 등을 합쳐 국민성금은 총 11만4244건, 50여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금 명세서에는 농협 국회지점(36-1-92236)을 통해 국민성금이 32억4700여만원이 입금된 것으로 되어있을 뿐 나머지 17억5000여만원에 대해서는 설명이 없었다.

이에 대해 이 총장측은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의 6개 계좌에 나머지 국민 성금이 분산 입금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농협 국회지점에 입금된 건수는 10만1803건(무통장입금 건수 제외)으로 건당 평균 4만4000만원이었다. 이를 근거로 추산하면 나머지 6개 통장에 입금된 17억5000여만원은 1만2441건으로 건당 평균 13만7000원이 분산됐다는 얘기가 돼 농협 국회지점에 입금된 평균금액과 3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이 총장측은 취재진이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자 뒤늦게 “11만4244건은 계산이 잘못된 것 같다. 대선 백서에 나와 있는 20만여건이 맞는 것 같다”며 재검토에 들어가 급조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도대체 누가 기부했나=민주당은 이날 기부자의 이니셜마저 공개하지 않아 기부자가 기업인지 특정 단체인지조차 알 수 없도록 했다. 게다가 명세서에는 영수증 등 증빙 자료가 첨부되어 있지 않아 검증이 불가능했다.

또 100만원 이상 고액 기부 342건 중 104건 50억2000여만원은 법인 혹은 단체가 후원하고 영수증은 개인 명의로 수령한 것으로 되어 있어 상당수의 기업 또는 단체 기부자들이 기부 한도액을 초과해 개인 명의로 변칙 기부했다는 의혹이 짙다.

▽대선 자금 잔금과 2002년 당 잔여금 차이가 무려 144억여원=민주당은 이날 대선 자금 잔여금은 41억700여만원이고 이를 1, 2월 당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이 1월 15일 선관위에 보고한 ‘정당수입지출 명세서’에는 2002년도 당 잔여금은 185억9000만원으로 되어 있다. 잔여금의 차이가 144억원 이상이나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잔여금이 그리 많은데도 민주당이 돈 가뭄을 호소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정 관계자는 “이날 공개한 것은 대선 관련 수입 지출 내용일 뿐”이라며 “당의 총체적인 자금 운영과 실체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대선 이후인 2월 10일에 지원한 선거 보전금 133억3000만원을 대선 기간의 자금 수입금으로 계상한 것 등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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