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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374…아메 아메 후레 후레(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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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저편 374…아메 아메 후레 후레(50)

입력 2003-07-23 18:39수정 2009-10-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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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새하얀 컵 속에서 모락모락 김을 피우고 있는 갈색 액체를 들여다보고는 손잡이를 손으로 쥐고 조심조심 마셨다.

“아, 써….”

“하하하, 설탕을 넣으면 달다.”

설탕 통에서 가루설탕을 떠서 하나 둘, 스푼으로 커피를 젓고는 마셔 보았지만 그래도 썼다. 셋, 넷, 이번에는 너무 달아 입안이 끈적거렸지만, 남자가 보고 있어 맛있는 척 마셔야 했다.

“잠이 싹 가실 거다. 이제 다롄까지 졸지 않고 갈 수 있을 거야.” 남자는 담배를 한 대 꺼내 피워 물고 일어서서 카운터에서 계산을 했다.

이등실을 지나 일등실로 온 소녀는 새삼스럽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등실은 네 명이 마주보고 앉는 의자인데, 일등실은 두 명씩 열차의 진행 방향으로 앉는 의자고, 앞좌석과의 사이도 넉넉했다.

다소 거칠게, 마치 도리질을 하듯 기적이 울리자 문이 열리면서 나무 상자를 든 급사 청년이 들어왔다.

“구두 닦으러 왔습니다.”

“서두를 거 없으니까 깨끗하게 닦아줘.”

“알겠습니다.” 청년은 두 무릎을 바닥에 꿇고 나무 상자에서 구두약과 수건을 꺼내 남자의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 그 얼굴이 무척 영리해 보였다.

“만주 사람인가?”

“…예.”

“맞혔군. 그 선생보다 적중률이 높아.”

남자는 팁으로 20전을 청년의 손바닥에 떨어뜨렸다.

“고맙습니다.” 청년은 고개를 숙인 채 승무원 대기실로 돌아갔다.

다롄에는 19시45분에 도착했다. 소녀는 고개를 돌려 어깨 너머로 새파랗게 빛나는 레일을 바라보았다. 집을 나선 후 두 번째 맞는 밤이다. 삼랑진 역에서 ‘대륙’을 탄 것이 먼 옛날 일처럼 느껴졌다. 밀양은 등 뒤로 한참이나 멀어졌다. 이제 다시 내가 밀양을 볼 날은, 앞으로 3년 후…아니지, 그 전에 밀양이 그리워서 눈을 뜨나 감으나 밀양을 꿈꾸게 될 거야….

“이 역사는 도쿄의 우에노역을 본떠서 만든 것 같은데, 우에노역보다 훨씬 아름답지….”

“나, 우에노역 구경한 적이 없어서….”

“하하하하, 그렇구나.”

남자는 좀처럼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뭐가 그렇게 우스운 거지? 술에 취했나봐, 맥주 두 잔에 백주를 다섯 잔이나 마셨으니까. 그런데도 걸음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네. 술에 취하면 기분이 어떨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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