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2의 ‘안면도 사태’ 피하자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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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부안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20년 가까이 방황하다가 겨우 입지를 찾은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이 다시 표류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환경단체와 이웃 영광군민까지 합세한 엊그제 부안읍 시위는 13년 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로 선정됐다가 주민 소요로 취소된 ‘안면도 사태’가 연상될 정도였다.

원전 수거물 관리시설이 들어서는 위도 주민은 지역개발을 기대하며 90% 이상이 찬성하고 있고, 부안군도 다른 후보 지역에 비해 찬성 여론이 높은 편이었다. 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 동의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거듭 확인하고 존중해야 할 것은 원자력 발전 자체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견해가 아니라 시설이 들어서는 위도 현지 주민과 부안군민의 의사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는 허용돼야 하지만 자유의사 표시를 억압하는 분위기 조성이나 폭력 행사에 대해서는 당국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안군청을 둘러싸고 폭력시위가 벌어지고 지역발전을 위해 용기를 낸 김종규 부안군수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출퇴근하는 사태는 불행한 일이다.

부안 고창이 지역구인 민주당 정균환 의원은 시위에 앞서 열린 반대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어제 당 확대간부회의에서는 “무소속(군수)의 문제점을 확연히 깨닫게 한 사건”이라며 어려운 결정을 내린 김 군수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집권여당의 원내총무인 정 의원이 국책사업의 중요성을 설득하기보다 일부 지역주민의 정서에 편승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유감이다.

환경단체들도 현재의 방안 외에 환경오염을 발생시키지 않고 원전 수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실증적인 대안 제시 없이 반대여론과 시위를 부추겨서는 안 된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부안군민의 우려를 없앨 수 있도록 투명한 사업수행과 대폭적인 지원을 통해 님비(NIMBY)를 슬기롭게 극복한 국책사업의 모범사례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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