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골동품 과세논란 재연…의원들 과세제외案 제출

  • 입력 2003년 7월 23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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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미술 발전의 싹을 짓밟는 테러행위다.”

내년부터 시행토록 법에 규정된 서화(書畵)와 골동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둘러싸고 ‘6라운드 논란’이 시작됐다.

정병국(鄭柄國·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28명은 서화와 골동품을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 23일 제출했다. 이에 따라 법안심사과정에서 찬반양론이 격돌할 전망이다.

▽14년째 뜨거운 감자=서화와 골동품에 대한 과세는 조세분야의 가장 해묵은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다.

처음 법제화된 것은 1990년. 당시 일부 유명 작가들의 미술작품 값이 치솟으면서 심상치 않은 투기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는 서화와 골동품에도 부동산과 같은 양도소득세를 매기기로 했다. 다만 미술계의 반발을 고려, 시행은 93년부터 하기로 하고 국회에서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그러나 92년에 미술계가 시행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자 시행시기를 96년으로 다시 늦췄다. 이런 식으로 시행이 유예된 것이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나 된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과세 방식도 바뀌었다. 서화와 골동품의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대신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소득세를 매기기로 했다.

▽찬성론 대 반대론=일부 미술품은 값이 수십∼수백배씩 올라 많은 차익을 남기는데도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시민단체와 조세학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일부 부유층들이 이를 편법 증여나 상속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것.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 위평량(魏枰良) 사무국장은 “2000만원 이상의 작품에만 과세를 하기 때문에 일부 부유층만이 과세 대상”이라며 “우리 사회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법에 정한 대로 내년부터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술계는 서화와 골동품에 세금을 물리면 거래가 급속하게 위축돼 미술품 시장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경희대 미술대 최병식(崔炳植) 교수는 “국내 미술품시장 규모는 300억∼4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면서 “미술품시장이 수천억원대 수준으로 성장할 때까지는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최근 빠른 속도로 양성화하고 있는 미술품시장이 다시 음성화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정경제부 당국자는 “찬반양론을 모두 들어보고 법대로 시행할지, 다시 유예할지를 결정하겠다”면서 “다음 주부터 본격 검토를 시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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