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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Mr. 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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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방형남/Mr. 김정일

입력 2003-07-22 19:04수정 2009-10-1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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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외국 지도자 예우 원칙은 확고하다. 환대를 해야 할 상대와 적당히 맞아도 될 상대를 구분해 ‘차별 대우’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를 맞아 또다시 독특한 외빈 접대 방식을 과시했다. 7월 1일부터 유럽연합(EU) 의장직을 맡고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국내에서는 부패 혐의로, 대외적으로는 독일 각료를 나치와 관련시킨 험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런 사람을 텍사스 크로퍼드의 개인 목장으로 초대해 함께 밤을 보내며 극진하게 대접했다. 남들이 아무리 비판을 해도 부시 대통령에게는 이라크전을 지지한 이탈리아 총리가 ‘너무 예쁜 그대’인 것이다.

▷외국 지도자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은 그가 사용하는 호칭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21일 합동기자회견을 하며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친구’ 또는 ‘좋은 친구’라고 불렀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부시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 도중 북한 관련 질문에 답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거론할 때 사용한 표현도 분석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스터(Mr.) 김정일’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물론 아무 타이틀 없이 ‘김정일’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가 북한 지도자에 대해 존칭인 미스터를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을 ‘독재자’ ‘압제자’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부르며 적대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1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한 뒤 2월 서울 방문 때는 김 위원장을 ‘굶주리는 국민을 방치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전제정권의 지도자’로 매도하기도 했다. 그동안 드러낸 적대감이 워낙 컸기 때문에 미스터라는 평범한 표현이 특별해 보이는 것이다. 더구나 부시 대통령이 “미국은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유화적 발언을 하며 그런 호칭을 사용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에 대한 감정이 누그러진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올 만도 하다.

▷호칭에 감정을 담는 부시 대통령의 버릇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그가 2001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하며 사용한 ‘디스 맨(this man)’은 얼마나 오랫동안 한미관계를 불편하게 했던가. ‘미스터 김정일’이라는 표현이 ‘프레지던트 김정일’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려면 김 위원장이 행동으로 부시 대통령의 적개심을 해소시켜야 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사례에서 보듯 부시 대통령은 한 가지만 맘에 들면 친구 삼자고 나서는 사람이 아닌가.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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