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타는 주5일 근무제]‘임금보전 법으로 보장’ 핵심 쟁점

  • 입력 2003년 7월 22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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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당 44시간(15∼17세는 42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인다는 원칙에는 노-사-정 모두 이견이 없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서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가 이미 정부안을 수용키로 한 데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도 절충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서 극적으로 대타협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주5일 근무제 관련 핵심 쟁점에 대해 알아본다.

▽임금 보전=노동계가 정부안에 반대하는 가장 주요한 이유는 근로시간 단축 및 연월차휴가 조정에 따른 임금 감소분에 대한 보전 조치가 미흡하다는 것.

정부 입법안은 부칙에 ‘사용자는 기존 임금 수준과 시간당 통상 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포괄적인 규정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분은 물론 연월차휴가 축소, 생리휴가 무급화 등으로 발생하는 수당 감소분까지 항목별로 보전한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정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들지 않으면 임금보다 많은 수당을 주어야 하는 초과근로가 늘어 경영계의 부담이 커진다”며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행 시기=당초 정부안은 2003년 7월부터 업종별,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해 2010년까지 상시 근로자 20명 미만 업체까지 모두 도입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입법 작업이 늦어짐에 따라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송영중(宋永重) 근로기준국장은 “지난해 10월 정부 입법안을 국회에 상정할 당시의 계획이었던 만큼 시행시기를 순차적으로 1년가량 늦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동계는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취지를 살리려면 즉각 모든 사업장에 실시하거나 늦어도 3년 안에 모두 도입하도록 법안을 손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전체 근로자의 56%에 달하는 760여만명이 20명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며 “노동조합도 거의 결성돼 있지 않은 이들에게 주5일 근무제의 혜택을 주기 위해 시행시기를 대폭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 시행 이전 단체협약의 효력=정부 입법안 부칙 4조는 ‘노사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 여부를 불문하고 빠른 시일 내에 단협, 취업규칙 등에 법 개정사항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선언적 규정이며 법 시행 이전에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이나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취업규칙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 조항이 두고두고 노사간 분란을 낳을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며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부의 설명대로 ‘선언적 의미’만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이를 근거로 ‘단협 개악’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타 항목=정부 입법안은 초과근로 할증률을 50%로 하되 3년 동안은 주당 첫 4시간에 대해 25%를 적용하도록 했다.

예컨대 시간당 1만원의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장의 근로자가 주당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보다 10시간 더 일했다면 시행 후 3년 동안은 첫 4시간에 대해 시간당 1만2500원, 나머지 6시간에 대해 시간당 1만5000원의 초과근로수당을 받게 된다.

노동계는 초과근로 할증률을 현행 50%를 유지하거나 일을 더 할수록 할증률이 높아지는 체증제도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시간외 근무를 해도 수당을 추가로 주지 않아도 되는 탄력근로시간제의 근로시간 계산 단위에 대해서도 정부 입법안은 현행 1개월 단위에서 3개월 단위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근무여건을 악화시킨다며 1개월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노동계는 연월차휴가 축소와 생리휴가 무급화 등 휴가 휴일제도 조정에 관한 정부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어느 수준에서 절충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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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勞-使-政 막바지협상 내달초 재개▼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주5일 근무제에 대해 경영계가 정부 입법안을 수용하고 정치권이 재협상 시한을 8월 15일로 정함에 따라 노-사-정(勞-使-政)의 막바지 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송훈석(宋勳錫)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2일 “양당이 주5일제 법안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데 따라 환노위 차원의 노-사-정 논의를 곧 속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이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노동계의 단일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노동계 단일안이 나오면 8월 초 양 노총과 노동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표들을 불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 입법안과의 절충을 시도할 것”이라며 “시한이 촉박한 점을 감안해 매일 협상을 벌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부안은 근로시간 단축을 빌미로 근로조건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악법”이라며 정부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재협상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정치권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주요 쟁점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적극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치권의 주5일제 법안 강행처리 움직임에 반발해 23일 4시간 동안 경고성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으나 22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파업 계획을 철회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기존의 통상임금 수준이 확실하게 보전된다면 휴가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축소하는 등의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양 노총은 그러나 “양당이 재협상 시한을 8월 15일로 못 박은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정치권이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8월 임시국회에서 주5일 법안 처리를 강행한다면 총파업과 국회의원 낙선운동 등으로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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