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제동향간담회]“형평 치중하다 위기 불러”

  • 입력 2003년 7월 22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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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한은 총재 주최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전문가들. 왼쪽부터 현오석 김승진 박승 윤원배 노성태씨. 권주훈기자
2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한은 총재 주최로 열린 경제동향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전문가들. 왼쪽부터 현오석 김승진 박승 윤원배 노성태씨. 권주훈기자
최근의 경제위기는 노무현(盧武鉉) 정부가 ‘효율’보다 ‘형평’에 치중하면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민간경제 전문가들로부터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경기와 성장잠재력 회복을 위해선 경쟁을 통한 효율성을 추구하고 기업에 우호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왕(丁海旺) 한국금융연구원장과 현오석(玄旿錫) 무역연구소장 등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22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박승(朴昇) 한은총재 주최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해 “하반기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설비투자가 늘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선 시장원리 존중과 친기업적인 사회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의 경제 상황 악화에 대해 “경기순환적 측면뿐 아니라 노동시장의 문제점 등 구조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문제 해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간 전문가들은 “대학교수도 아닌 대통령 정책실장이 갑자기 네덜란드식 노-사-정 모델을 불쑥 던지면서 경제 전체가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며 “노사 모두가 반대하는 네덜란드 모델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사례가 자주 나오다 보니 정부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이 떨어지면서 정책 효과도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 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슬로건이 있었지만 지금은 기업인과 근로자의 대립관계만 부각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기업인들이 투자의욕을 잃어버리면서 기업인과 근로자 모두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내년의 경제 운용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카드채 문제, 투신사 부실문제, SK글로벌 문제 등 금융시장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조치가 연내에 마무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 원장과 현 소장 외에 윤원배(尹源培) 숙명여대 교수, 김승진(金勝鎭) 한국외국어대 교수, 노성태(盧成泰)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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