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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치우천왕기' 펴낸 '퇴마록' 작가 이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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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치우천왕기' 펴낸 '퇴마록' 작가 이우혁

입력 2003-07-22 18:13수정 2009-09-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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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우혁은 “판타지의 근간인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김미옥기자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38)이 기원전 2700년대에 안착했다. 중국 고대신화에 등장하는 ‘치우(蚩尤)’를 중심축으로 또 하나의 판타지 세계를 구축한 것. 그는 그 세계를 새 소설 ‘치우천왕기’(들녘)에 오롯이 담아낼 생각이다.

치우는 단군조선 이전의 나라인 신시(神市)의 14대 황제의 이름. 황허 유역에서 일어나 회대(淮垈·중국 회수와 산둥 사이의 땅)를 정복했으며 후대에 와서 전쟁신으로 받들어졌다. 2002 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축구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가 치우천왕을 형상화한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일반에게도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1998년 나온 ‘왜란종결자’에 이어 작가의 두 번째 ‘한국 판타지’가 될 ‘치우천왕기’는 모두 여섯 권으로 이번 가을 완결될 예정인데 최근 두 권이 먼저 선보였다. 21일 작가를 만났다.

“‘퇴마록’ ‘왜란종결자’ ‘치우천왕기’는 하나의 우주관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에요. 그런 측면에서 ‘퇴마록’은 일종의 ‘서브 스타일’이죠. 인간과 인생에 초점을 뒀으니까요. ‘치우천왕기’에서 우주의 역사가 시작되고, 차기작 ‘귀전종결자’에서 그 우주관이 완성될 겁니다.”

이우혁의 이야기는 각각 떨어져 있으면서 또한 정교한 조합이 가능하다. 치우천왕도 ‘퇴마록’의 ‘말세편’에서 이미 일부를 풀어놓아 독자들에게 일종의 단서를 제공한 셈.

‘퇴마록’은 이우혁의 이름 앞에 ‘한국 판타지의 효시’ ‘본격 대중문학의 개척자’란 수식어를 붙여 주었다. 시공을 넘나들며 악령을 무찌르는 퇴마사(退魔師)들의 이야기는 1994년 1권이 나온 뒤 2001년 19권으로 마침표를 찍었으며 지금까지 800여만부가 판매됐다. ‘퇴마록’의 열기 속에 나온 ‘왜란종결자’도 소리없이 100만부 이상이 나갔다.

“20일에 팬클럽 회원들과 ‘퇴마록’ 탄생 10주년을 기념해 파티를 열었어요. 1993년 7월 20일에 첫 편을 통신에 올렸거든요. 많이 팔린 것보다 독자들이 꾸준히 읽어 줘서 더 기뻐요.”

들녘의 이정원 대표는 “전성기 때 ‘퇴마록’은 하루에 평균 1만권 정도, 때로 3만권씩 나갈 때도 있었다. 요즘도 하루에 500여권씩 팔린다”고 말했다.

그의 판타지 소설이 독자를 매료시키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저도 잘 모르죠.(웃음) 전 글을 쓸 때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만 생각해요. ‘퇴마록’의 첫 편인 ‘국내편’이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독자들이 많은데 그런 식으로 20여권을 썼다면 이렇게 많이 읽힐 수 있었을까요. 한 번 했던 건 더 이상 안합니다. 늘 새 분야를 개척하는 데 의의를 두죠.”

작가가 사료 속에서 200여줄로 언급된 치우천왕이란 존재를 상상력으로 직조해 낸 것 역시 ‘이우혁식’ 도전과 모험이다.

그런 뚝심으로 이우혁은 ‘퇴마록’부터 서양 판타지를 모방하거나 답습하지 않은 ‘한국 판타지’의 가능성을 열어 왔다. 그는 자신의 ‘한국 판타지’에는 세 가지 ‘보편 가치관’이 내재돼 있다고 했다.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 서양의 이야기보다는 우리에게 잘 맞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세 가지 개념을 판타지 속으로 끌어 왔죠. ‘그 친구, 볼펜 돌리는 데 도가 텄어’라고 이야기할 때의 ‘도’.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져서…’에서 ‘윤회’, 그리고 ‘팔자’예요.”

‘한국 판타지’에서 ‘힘’은 신이 내려준 것도, 신의 것을 빌려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노력으로 ‘힘’을 쌓을 수 있으며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결국 ‘사람’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이제껏 판타지가 홀대받은 데에는 근본이 튼튼하지 않은 판타지가 난무했던 것에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계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황당무계해서는 안 되죠. 구축한 세계 안에서 내적 모순이 없어야 해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기초 튼튼’ ‘근본 충실’이라는 결벽증이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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