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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게이트’ 英총리실도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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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게이트’ 英총리실도 개입

입력 2003-07-22 18:08수정 2009-09-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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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건 기자

18일 변사체로 발견된 영국의 무기 사찰 전문가 데이비드 켈리 박사 자살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번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넷판은 21일 제프 훈 영국 국방장관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보고서 조작을 보도한 BBC방송의 취재원으로 켈리 박사를 지목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한 전략을 직접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총리실이 수차례 대책을 숙의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미 사임 압력을 받던 앨러스테어 캠벨 총리 공보수석보좌관에 이어 훈 장관에 대한 사임 요구가 일고 있으며, 총리실과 국방부의 협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토니 블레어 총리를 직접 조사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던컨 스미스 보수당 당수는 21일 이라크에서 WMD가 나오지 않은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제 블레어 총리의 말이라면 단 한마디도 믿기 어렵다”고 공격했다.

BBC는 켈리 박사의 사망과 관련된 책임을 물어 BBC 간부 1명과 담당기자인 앤드루 길리건에게 퇴사를 권유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2일 보도했다. BBC측은 “길리건 기자가 취재원 보호라는 기자의 본분을 지키지 않았고 무엇보다 취재 도중 약간의 과장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45분 안에 WMD를 실전배치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해 보도했으나 켈리 박사는 청문회에서 “그런 문구가 들어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

정정 불안은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21일 개장된 아시아 금융시장에서 영국 파운드화는 블레어 총리에 대한 사임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돌면서 개장 초반 한때 3개월만의 최저 수준인 파운드당 1.5781달러로까지 떨어졌다.

지난 주말을 전후해 영국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54∼59%가 블레어의 총리직 수행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간지 가디언은 21일 37%만이 블레어 총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블레어 총리가 사임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도가 낮고, 아직은 블레어 총리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

일각에서는 정치와 언론의 뒤틀린 관계 설정이 켈리 박사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낳았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영국 언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정치인에 대한 공격이 극심해졌고, 그 결과 정치인 쪽에서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사실을 비트는 ‘스핀(Spin) 문화’가 자리 잡았다는 것.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켈리 박사의 사망은 정치인과 언론의 오래된 싸움의 결과”라고 말했으며, 가디언은 “물어뜯는 언론과 ‘스핀’하는 정치가 빚어낸 참극”이라고 개탄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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