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단 미망인모자복지회대표 16년째 유자녀에 3억원 장학금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58분


코멘트
사회복지법인 미망인모자복지회 안목단 대표는 23일 전쟁 미망인 자녀 123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사회복지법인 미망인모자복지회 안목단 대표는 23일 전쟁 미망인 자녀 123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영영 돌아오지 않는 남편의 속옷을 만드는 심정으로 국군 장병을 생각합니다.”

국군 장병이 입는 팬티에는 대부분 ‘TBM’(The Brave Man·용감한 사나이) 이라는 상표가 붙어 있다. 군용 팬티를 만들어 국군에 보급하는 대구 수성구 파동 사회복지법인 미망인모자복지회.

안목단(安牧丹·68·여·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대표는 6·25전쟁 등으로 홀로 된 여성들의 산 증인이다.

72년 당시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도움으로 재봉틀 10대를 지원받아 미망인 자활에 나선 지 30년 만에 육해공군의 속옷 공급을 도맡은 공장으로 성장했다.

“전몰군경 미망인이 전국에 4만명가량 있어요. 지금은 사정이 다소 나아졌지만 전쟁터에서 남편을 잃고 막막해 하던 미망인들을 위해 뭔가 시작해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습니다.”

여성에게 적합한 봉제공장을 꾸린 안씨는 이제 자활공장을 3곳으로 키웠고 그 수익으로 혼자 사는 여성 650명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공장과 모자원(母子院) 등 재산은 공익법인으로 만들어 국가 재산으로 귀속했다.

5·16민족상(78년) 국민훈장 동백장(84년) 모란장(2000년) 등이 ‘짧은 일생을 영원한 조국에’라는 그의 좌우명을 대신 말해준다.

“72년 당시 이곳은 공동묘지였어요. 군인들 도움으로 개간을 했고요. 힘들 때면 남편이 묻혀 있는 대전국립묘지를 찾아 용기를 얻곤 했습니다. 남겨 둔 1남 2녀를 잘 키우겠노라, 당신의 뜻을 이어 나라에 보탬이 되겠노라고 수없이 다짐했습니다.”

남편 고 김태종(金泰宗·당시 30세) 소령은 62년 경북 영천에서 작전수행 중 순직했다. 안씨는 6·25전쟁 때 포항 형산강전투에 참가했던 김씨에게서 주먹밥을 얻어먹은 인연으로 56년 결혼했다.

88년 목련장학회를 만든 그는 지금까지 전국 838명의 학생에게 3억원가량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23일에도 법인 목련회관(대구 수성구 지산동)에서 중고교 및 대학에 다니는 미망인 자녀 134명에게 장학금 1억2000만원을 지급한다.

“장학금을 줄 때마다 6·25전쟁과 남편의 죽음,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살아온 긴 세월이 영상처럼 떠오릅니다. 이제 전쟁 미망인들은 70세 안팎이 됐습니다. 역사 속에 묻히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한순간도 잊을 수 없는 한(恨)의 세월입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나라를 생각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