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나는 與黨 영수 아니다”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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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은 여야 영수회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여야 영수(領袖)회담’의 정의에 대해 유난히 강조했다.

여야 영수회담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노 대통령은 즉각 “여야 영수회담 개념에 오해가 있는 듯하다”며 “나는 행정부의 수장이지 여당 영수가 아니다”고 대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여야 영수회담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했으면 한다”며 기자들에게 올바른 용어 사용을 당부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야당 대표가 나의 제의를 긍정 검토하자고 제안해오면 여야 영수로서가 아니라 행정부 대표로서 국회의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회견이 이어지는 동안 한나라당내에서는 “노 대통령이 영수회담의 사전적 정의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제의한 회담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아예 “경제 북핵 민생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나 대화하고 협조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들린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오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야당 시절 자신의 계보였던 구 민주당 이기택 대표가 영수회담을 요구하자 ‘영수회담은 무슨 영수회담…’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인 적은 있지만 노 대통령의 뜻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반대에도 특검법을 수용했던 것처럼, 정치권에 대해서는 분명한 등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새로운 권력패러다임을 실천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시라는 것이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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