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자금 검증, 실천 의지 있나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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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무현 대통령이 작년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조사와 검증을 수사기관에 맡기자고 한 것은 15일 문희상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밝히자고 한 것보다 한 단계 진전된 제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엔 오해와 의심을 살 소지가 없지 않다. 선행돼야 할 과제와 선결돼야 할 문제점도 있다.

문 실장을 통한 제안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주저하다 노 대통령의 2차 제안 직후에야 부분 공개 방침을 밝힌 민주당의 소극적 자세부터 개운치 않다. 그러니 노 대통령 제안의 실효성과 민주당의 실천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굿모닝게이트 파문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시적인 위기수습 카드로 보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 대통령이 대선자금 공개는 여야가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야당의 비공개를 빌미로 여당이 성실한 공개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실 누가 먼저 공개하느냐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으나 여당 우선이 순리(順理)다.

민주당은 일단 선대위 발족 이후의 대선자금만 공개할 방침을 밝혔지만, 노 대통령 제안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선후보 확정 이후 모든 선거관련 자금에 대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그 과정에 탈법·불법이 있었다면 응분의 대(對)국민 사과와 함께 낡은 정치문화를 청산하려는 확고한 개혁의지 표명이 수반돼야 한다. 그것이 수사기관의 검증 및 야당에 대한 공개 촉구에 앞서 이뤄져야 할 선행과제다.

관행화된 부패에 대한 처벌 또는 면책 여부에 대한 논란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갈등의 불씨를 남길 것이다. 아울러 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줘야 한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정치권이 대선자금 문제에 기업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어리석다. 대선자금 문제는 정치권의 실천적 결단으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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