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자금 23일 공개” 한나라 “물타기 말라”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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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1일 “여당과 야당 모두 지난해 대선자금을 있는 그대로 소상하게 밝히고 특별검사든 검찰이든 수사권이 있는 조사기관에서 철저한 검증을 받자”며 여야 정치권의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자금 공개 범위에 대해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법정선거자금만이 아니라 각 당의 대선후보가 공식 확정된 시점 이후 사실상 대선에 쓴 정치자금과 정당의 활동자금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면서 “대선 잔여금이 얼마이며, 어떻게 처리했는지까지 밝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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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또 “지출뿐만 아니라 수입금 명세도 공개해야 한다”면서 “다만 경제계가 정치자금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우려가 있는 만큼 재계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수사는 하되 자금을 제공한 기업이나 기업인은 비공개로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먼저 대선자금을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민주당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민주당만 공개하는 것은 별로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이날 “23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선거대책위원회가 구성된 뒤부터 모으고 쓴 자금 명세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회견에서 특히 “대선자금의 철저한 검증을 위해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조사하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데 효과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대선자금 공개에 따른 면책문제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이 허용할 수 있다면 국회에서 스스로 면책을 전제로 한 법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자금 공개 문제에 대해선 “당시 실제로 경선에 들어간 여러 비용을 합법의 틀 속에서 할 수 없었고, 경선 후에 자료를 다 폐기했다”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돈을 쓰지도 않았는데 나 혼자 공개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굿모닝시티’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선거 때 나를 많이 도왔고, 정치를 하면서 친근했던 분들, 또 (대통령)비서실장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풍문이 있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수사결과이고, 누구라도 수사를 흐지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의 회견 내용은 정략적인 책임전가로 실망스럽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굿모닝게이트’ 관련 비리사건의 진상규명과 진실의 고백이지, 이런 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게 아니다”고 논평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노 대통령이 대선자금 명세에 대해 검찰이나 특검이 조사하도록 했는데 과연 여권이 요구한 수사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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