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장 “서울대 3학년때 전공선택”

  • 입력 2003년 7월 21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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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이르면 2005학년도부터 미국식과 비슷한 ‘학부대학(University College)’ 제도를 도입해 전공을 정하지 않은 신입생을 별도로 선발키로 했다. 이 제도는 2학년 때까지 기초 교양과목을 배우고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것으로 인문대와 사회대, 자연대를 중심으로 우선 실시될 전망이다.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은 21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공과목 중심의 교육체계로는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며 “이르면 2005학년도부터 학부대학 제도를 도입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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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대학 신입생은 1, 2학년 때 전공배정 없이 핵심 교양과목과 글쓰기 말하기 토론 등의 기초교육을 받은 뒤 3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관계자는 “미국에서와 같이 학부과정에서는 기초 교양을 쌓게 하고, 대학원에서 전공 공부를 시키자는 것이 기본 방향인 만큼 학생들의 전공 선택 자유는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슷한 학과를 묶어 신입생을 선발하는 기존의 광역모집에 대해서도 반발하는 교수가 많아 제도 도입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 총장은 이와 관련해 “학부대학은 참여 의사를 밝히는 단과대학이나 학과별로 실시할 것”이라며 “학과 정원의 일부를 학부대학 학생으로 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 등 전문대학원 설립에도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정 총장은 “로스쿨의 경우 법조계와 법대 교수, 법대 동창회 등이 과거에 비해 긍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로스쿨 설립 논의가 진척됐음을 시사했다. 2005학년도 지역균형선발과 관련해서는 “아직 내신 반영 비율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 비율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내신만 잘하면 입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총장은 18일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정부가 연말까지 학벌주의 극복 대책을 내놓기로 한 데 이어 일부에서 서울대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학벌주의 관련 정책은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수 명문대 출신이 각 분야의 요직을 대부분 차지하는 것은 부작용이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있는 보편적 현실”이라며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서울대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해 “과거와 같이 고교 입시를 부활하는 것을 재고해 봄직하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최선의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지만 차선책이라도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가 오늘은 이 말 하고 내일은 저 말 하는 것이 가장 걱정된다”며 정책집행의 전문성과 일관성 결여를 비판했다. 한편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서울대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학부대학 제도는 ‘모집단위 광역화’라는 학부제의 본래 취지보다 더욱 발전된 형태로 교육부의 정책 방향과도 일치하는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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