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중동붐’ 예고…대형플랜트 잇단 수주 60억달러 전망

  • 입력 2003년 7월 21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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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으로 주춤했던 중동 지역의 수주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기업들이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제2의 중동 붐을 점치게 하고 있다.

최근 가장 두각을 나타낸 업체는 두산중공업. 두산은 7일 요르단에서 9000만달러 상당의 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따낸 데 이어 11일에는 이란에서 2억6000만달러 규모의 발전 설비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란은 열병합발전소 13기와 수력발전소 5기를 더 건설할 예정이어서 추가 수주도 예상된다.

삼성중공업도 14일 오만에서 1억5050만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오만은 최근까지 국내 기업의 수주가 부진했던 국가 가운데 하나로 오만 정부는 조만간 두 척을 추가로 발주할 예정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1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화학회사인 사빅사가 발주한 5000만달러 규모의 화학 생산 플랜트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KOTRA는 국내 기업이 앞으로 입찰 예정인 중동 지역의 프로젝트 규모가 200억달러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 60억달러가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예상대로라면 중동 지역의 올해 플랜트 수주액은 총 73억2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5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올 들어 중동 지역의 플랜트 수주는 1·4분기(1∼3월) 1억9000만달러, 2·4분기(4∼6월) 11억3000만달러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종전 이후 산유국들이 사회간접자본 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상황이 반전한 것.

두산중공업 해외영업 담당 김동환 상무는 “최근 한국의 플랜트 수주가 크게 늘고 있는 데는 국제정세의 변화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도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90년대 초반까지 한국은 일반 건설 분야에선 동남아나 중국의 가격 공세에 밀리고 플랜트 분야에선 선진 건설업체와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해 고전하는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기업이 원유 및 가스전 처리공사, 정유설비, 화학공장 등 기술집약적 플랜트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상황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는 것.

KOTRA 해외조사팀 엄성필 팀장은 “현지 인력과 자재, 장비를 최대한 활용하는 현지화 전략과 경쟁력 있는 협력업체의 발굴이 수주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은 70, 80년대 중동 지역에 오일 머니가 넘치면서 항만 도로 등 건설 수요가 급증할 때 활발하게 진출했으나 80년대 후반 중동 경제가 위축되고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면서 붐이 사그라졌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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