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IT세상/현장에서]바보는 항상 기술탓만 한다

  • 입력 2003년 7월 21일 16시 48분


코멘트
“열심히 순찰을 도는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서울 시내 한 호텔 수영장 관리자)

휴가철 수영장과 해변에 카메라폰 비상이 걸렸다. 탈의실 등에서 몰래 카메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

그러나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카메라폰 반입을 금지하자니 눈에 쉽게 띄지 않고, ‘통화가 꼭 필요하다’는 고객의 항변도 부담스럽다.

게다가 올 연말에는 디지털카메라 수준의 100만화소의 카메라폰이 나오고 내년에는 200만∼300만화소의 카메라폰이 개발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카메라를 작동시키면 삑 소리가 나거나 불빛이 터지는 기술적인 조치에서부터 카메라폰 사용 장소를 규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큐리텔 등으로 구성된 휴대전화산업협의회는 “플래시 장착이나 신호음을 의무화하는 나라가 없다”며 “카메라폰을 오·남용한 행위자를 처벌하고 관련 장소의 사업주가 카메라폰 반입을 금지하는 등 당사자간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플래시를 달면 대당 10달러의 추가 비용이 생겨 단말기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규제보다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이해가 되지만 이번엔 다른 사정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카메라폰의 최선진국이다. 전 세계에 카메라폰을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사생활 침해나 초상권 등 ‘인권 및 기술윤리에 대한 기준’도 우리가 앞장서서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사생활 보호가 엄격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조만간 카메라폰 규제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미리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그때도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거나 한국의 산업경쟁력 운운할 수 있을까.

성능 좋은 휴대전화 개발도 중요하지만 사생활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와 기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카메라폰은 모두가 문제’라는 일방적 배척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시장도 키울 수 있다.

박 용기자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