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에 질문예정 英기자 사전약속 깨고 블레어에 질문

  • 입력 2003년 7월 20일 22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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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청와대 녹지원 앞마당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이 양측의 계획과 다르게 진행돼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회견은 당초 한국 기자 2명과 영국 기자 2명이 노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에게 번갈아 질문을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세 번째 질문자로 나선 영국 민영방송사 ITN의 니컬러스 로빈슨 기자가 당초 노 대통령에게 질문할 순서였으나 노 대통령에게 질문을 하지 않고 블레어 총리에게 데이비드 켈리 박사 사망사건의 진상규명 문제에 대해 물었고, 블레어 총리는 “언론이 존중과 자제의 자세를 지켜 달라”며 간단히 답했다.

사회를 보고 있던 이해성(李海成)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노 대통령에게는 질문이 없느냐”고 물었으나 로빈슨 기자는 “없다”고 말한 뒤 질문을 마쳤다. 이때 노 대통령은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회견 후 우리측이 이를 문제 삼자 영국측은 총리실의 존 실버 공보관 명의로 “영국 언론이 약속을 어긴 데 대해 사과한다”는 사과문을 우리측에 전달했다. 로빈슨 기자도 이 수석비서관에게 개인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영국 총리실측은 사과문에서 “기자들이 종종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고 밝혀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로빈슨 기자는 “질문 직전에 본사로부터 ‘켈리 게이트’에 대해 꼭 질문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우리측의 한 방송사 기자는 북핵 문제와 함께 21일로 예정된 정치자금 특별회견에 관해 질문했고, 노 대통령은 “야구할 때는 야구 얘기를 하고 축구할 때는 축구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며 북핵 문제에 대해서만 답변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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