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월드 워치]日 '도심 U턴'…재개발 통해 회귀현상

  • 입력 2003년 7월 20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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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재개발을 통해 초고층빌딩이 들어선 도쿄 신바시역 부근. 도심회귀현상 속에 20층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 아사히신문
도심 재개발을 통해 초고층빌딩이 들어선 도쿄 신바시역 부근. 도심회귀현상 속에 20층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제공 아사히신문
‘노인들은 전원을 좋아한다?’

일본의 경우에는 ‘천만의 말씀’이다. 최근 도쿄(東京) 도심에 20층 이상 고층아파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도심회귀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1980년대 부동산 값 급등으로 자녀를 데리고 시 외곽으로 떠났던 50대 중년층이 노년을 바라보게 되자 최근 도심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1945년 전후 베이비붐을 타고 태어난 이른바 단카이(團塊)세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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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자녀가 교육을 마치고 출가해 넓은 집이 필요 없어진 데다 자금에도 여유가 생기자 은행 병원 백화점 등의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 생활을 원하고 있다. 대부분 자녀를 분가시키고 맞벌이를 하는 이들은 집값이 교외보다 비싸더라도 통근시간이 짧은 데다 휴일이나 퇴근 후 여가활동을 하기에 편한 도심의 고급 아파트를 선호한다.

도쿄 지요다(千代田), 주오(中央), 미나토(港) 등 도심 3개구의 거주 인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줄기 시작해 1996년에는 24만여명까지로 줄었다. 이후 땅값과 임대료가 폭락하자 재건축이 붐을 이뤘다. 이에 따라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시를 떠났던 인구가 되돌아오기 시작해 올해 1월에는 1989년 수준인 28만3000명으로 늘어났다.

2000년에 완공된 도쿄 시내 20층 이상 아파트는 30동 7538가구. 2001년 이후 올해까지 완공됐거나 분양 계획이 있는 고층아파트도 117동 5만5619가구나 된다.

도심회귀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건설회사들은 독특한 실내 디자인 등을 통해 중년층 고객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관을 휴대전화로 열 수 있게 IC칩을 장치한다든가, 한 달에 300엔(약 3000원)만 내면 의료전문가나 변호사 등과 쉽게 상담할 수 있는 아파트도 나오고 있다.

고령이나 병으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를 위해 실내 문턱을 없앤 곳도 등장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위한 전용시설이나 최상층을 입주자 전용의 고급 휴식공간으로 꾸민 아파트도 등장했다.

도심 고층아파트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작년 12월 분양한 미나토구 신바시(新橋) 부근의 해변에 자리 잡은 47층짜리 고급 아파트, 도쿄 트윈파크의 45층 52평형의 시세는 3억4800만엔(약 35억원)이다. 70대 후반의 한 주민은 “해변에 있어 도심이란 생각이 들지 않으면서도 노인들에게 편리하도록 설계돼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부자가 아니라 해도 은행금리가 사실상 제로인 초저금리 시대인지라, 저축한 돈을 털고 30년 장기분할납부 등으로 구입하는 40대도 있다.

다이세이(大成)건설은 도쿄 도심부의 낡은 사무실 빌딩을 아파트로 바꾸는 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다. 도심부에 고층 오피스빌딩이 대거 들어서면서 공실률이 높아지는 한편, 도심 거주 희망자는 늘어나는 데 비해 주택 공급이 달리는 데 착안한 것이다. 건물 골조는 그대로 놔두고 내벽과 수도 설비 등을 고치는 것이다. 다이세이건설은 도쿄 시내의 건물 용도전환 시장 규모가 2005년이면 연간 3000억엔(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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