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인학교 직업교육시설 초등교로 이전 공방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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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학교 직업교육시설이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에 신축되는 것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저지로 시설 기공식이 학교 밖에서 열렸다.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있는 서울맹학교는 청장년 맹인들의 사회적응을 위한 직업교육시설을 서울 용산구 한강로2동에 위치한 용산초등학교 운동장 부지에 옮겨 짓기로 하고 19일 오후 2시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용산초등학교 학부모회 40여명이 “학생도 아닌 일반인 시설을 초등학교 운동장에 짓는다는 건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 반발해 기공식에 참석하려 했던 맹학교 관계자 500여명은 결국 교문 밖에서 행사를 치러야만 했다.

3000여명의 학생이 다니던 용산초등학교는 최근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2, 3년 사이 학생들이 급격히 줄어 11개 반에 231명만 남아 있는 상태.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5000여평의 학교 부지 중 운동장 부지 2000여평에 150명 수용 규모의 맹인직업 교육시설을 짓도록 허가했다.

이에 대해 용산초등학교 학부모회 원영일(元榮一) 대표는 “비어 있는 교실은 재개발 중인 인근 아파트 단지가 완공되면 어차피 채워질 것”이라며 “2개의 학교 건물 중 비어 있는 한 개동을 리모델링해 맹인학생들을 수용하지 않고 굳이 성인 대상의 마사지 교육원을 옮기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용산구청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이 문제를 협의해 오자 “용산 부도심 개발계획에 따라 3년 후 7400여 가구가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용산초등학교 축소는 문제가 있다”고 회신한 바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중부교육청의 보고를 토대로 여유 부지가 있는 용산초등학교 활용계획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며 “공청회 등의 절차도 마쳐 번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맹학교 이창화(李昌華) 동문회장은 “1200평밖에 되지 않는 신교동의 부지 이전 검토에만 이미 3년이 걸렸다”며 “맹학교 시설을 옮기는 대신 교육부가 중부교육청에 36억원을 지원하기로 되어 있는데 주민들이 이기주의를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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