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대선자금 공개 짜맞추기 안된다

  • 입력 2003년 7월 20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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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이 한나라당의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당의 대선자금을 먼저 공개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공개하자’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이 현재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야당을 끌어들이려는 여권의 전략으로 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만 공개된다면 국민의 의구심을 씻어 주는 길이 될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굿모닝게이트’에서 출발한 여당의 대선자금이다. 여당 대표의 수뢰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여권 내부에서 터져 나온 사안인 것이다. 그런 만큼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여당이 먼저 ‘고백성사’를 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민주당이 기왕에 대선자금을 공개하기로 했다면 짜 맞추기 식의 요식행위가 돼서는 안 된다. 대선자금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실사(實査)와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후원회 및 기업 성금, 돼지저금통 모금 등 이미 공개된 모금방식 이외에 특별성금 등 장부에 잡히지 않은 자금의 존재 여부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집행내용을 가감(加減) 없이 밝혀야 한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대선자금으로 볼 것이냐다. 최소한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준이 돼야 한다.

혹시라도 이미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액수의 틀 안에서 이리 맞추고, 저리 맞추고 하는 식이 된다면 차라리 공개 안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당의 대선자금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해소되기는커녕 파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오늘 있을 노 대통령의 정치자금 관련 기자회견은 민주당의 선(先) 공개방침을 확인해 주는 자리가 되어야지 여야의 동반 공개에 중점을 두어서는 곤란하다.

민주당이 모든 것을 밝힌다면 한나라당도 그냥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정치공세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 모두 이번 대선자금 파문을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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