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vs 저가 韓-中 가전전쟁

  • 입력 2003년 7월 20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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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쇼핑족을 잡아라’(한국) 대 ‘저가할인 쇼핑족을 잡아라’(중국).

한국과 중국의 가전업체들이 서로 다른 판매 전략으로 상대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20일 국내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프로젝션TV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2위에서 1위(16.3%)로 끌어올렸다. 지난해까지 일본 도시바에 이어 2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초 첨단 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벽걸이형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는 시장점유율 23.4%로 파나소닉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디지털TV와 양문형 냉장고 등의 명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삼성전자측은 “삼성 제품 가격은 월풀, 제너럴일렉트릭(GE) 등과 비슷하지만 중국 고소득층의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현지 부유층이 몰려 있는 곳을 중심으로 20여개의 전략 지역을 골라 ‘부자 마케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고가 시장에 치중하는 이유는 그만큼 중국 내 부유층이 많아졌기 때문. 또 가격인하를 내세운 중국 가전업체들을 따라가서는 수익을 맞출 수 없다.

반면 중국 가전업체들은 한국의 저가 가전 시장에서 이미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하이얼, TCL 등 중국 가전업체들은 국내 대형 할인점과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일반 TV, 에어컨, DVD플레이어 등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내 유통업체들의 자체브랜드(PB) 가전제품은 대부분 중국 업체들의 제품이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드럼세탁기, 양문형 냉장고에 매달리는 사이 일반 냉장고와 단문형 냉장고 시장은 이미 70% 가까이 중국 가전업체가 차지했다.

저가 중국 상품에 대한 국내 수요가 늘면서 1∼5월 중국산 세탁기의 국내 수입규모는 20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로 늘었고 냉장고는 같은 기간 74만1000달러어치가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배로 늘었다.대형 전자유통업체 하이마트 관계자는 “제조물책임(PL)법에 대한 대응이나 애프터서비스 측면에서 중국 제품들은 아직 국내 고가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다”며 “일단 저가 시장에서 품질부터 인정받으려는 중국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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