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기법 이렇게 공개해도 되나

  • 입력 2003년 7월 20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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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7일 대전에서 열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프로야구 올스타전 시구 당시 대통령 경호상황을 소개하면서 대외비 사항인 대통령 경호기법까지 구체적으로 밝혀 '공개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브리핑'은 18일자 4면 머리기사에서 '경호원 야구심판 변신은 무죄'라는 제목으로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노 대통령의 프로야구 올스타전 시구 당시 경호상황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소개했다.

'청와대브리핑'은 "대통령 시구 때 경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2루심 대신 경호원이 그 자리를 지켰다"며 "관객들은 전혀 눈치를 못했지만 18일 한 스포츠 신문이 '그라운드 위장침투 사건'으로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경호) 사실이 알려졌다"고 밝혔다.

스포츠서울은 18일자에서 2루심의 인물사진과 함께 "주심이 아닌 2루심이 오른쪽에 볼통을 차고 왼쪽 귀에는 연락을 받는 리시버가 끼고 있었다"면서 "2루심은 심판복으로 위장한 청와대 경호원임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브리핑은 이 신문 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에서 한걸음 나아가 "2루심이 다른 주심들은 차지 않은 공주머니를 찼는데 이 주머니에는 대통령 경호를 위한 별도 장비가 들어 있었다"고 경호장비까지 거론했다.

청와대브리핑은 또 "대통령이 군부대 시찰을 할 때는 군인으로, 공장을 방문할 때는 작업복으로, 시장을 찾을 때는 경비원으로, 시내에 나갈 때는 캐주얼한 복장에 워크맨을 차고 이어폰을 낀 대학생 차림으로 신분을 위장하기도 한다"고 상황에 따른 경호 위장술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스스로 구체적인 경호 방법까지 소개한데 대해서는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호실 한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문제는 비록 언론에 보도됐다고 해도 확인을 해 주지 않거나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아무리 '열린 경호'를 한다고 하지만 상황에 따른 경호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브리핑' 제작 책임을 맡고 있는 권영만 국정홍보비서관은 "경호실 확인을 거쳐 기사를 작성했으며 한 스포츠신문에 작문성 기사가 났기 때문에 바로 잡아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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