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놓은 새만금' 현장 르포]집중호우에 방조제 유실 심각

  • 입력 2003년 7월 1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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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새만금 방조제 2공구 현장인 전북 군산시 옥도면 가력도 가력배수갑문공사장 주변은 적막감이 흘렀다.

덤프트럭과 굴착기 등 중장비 100여대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인부 100여명은 숙소에서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15일 법원의 공사중단 결정 전까지 덤프트럭과 발파기 등 중장비 수백대가 굉음을 울리며 분주하게 움직이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미 일용직 노동자 100여명이 다른 일거리를 찾아 떠났다.

막노동 인부 이모씨(51·전북 전주시)는 “특별한 기술이 없어 새만금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해왔는데 공사가 중단돼 당장 먹고살 일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굴착기 기사 오모씨(52·광주)는 “공사 중단으로 이번 달에 장비 할부 요금과 이자를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지도 모르겠다”며 “할부 요금은 고사하고 가족에게 생활비라도 보내려면 하루빨리 공사가 재개돼야 할 텐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새만금 방조제 전체 공사에는 하루 평균 인부 및 관리직원 1500명과 장비 500여대가 투입되고 있으며 인부의 80%인 일용직 막노동 근로자는 하루 5만∼7만원, 중장비 기사는 20만원 안팎을 받고 있다.

공사 중단 4일째를 맞으면서 방조제 일부가 파도에 휩쓸려 나가는 등 방조제 유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연결공사가 끝나지 않은 제2공구(가력도∼신시도)의 경우 방파제 부근 바닷물의 유속이 빨라 기존의 갯벌 바닥이 함몰되면서 방조제가 조금씩 휩쓸려 나가고 있다.

또 배수갑문을 만들기 위해 주변에 임시로 설치한 물막이 둑 헐기 공사가 중단된 2호 방조제는 17일 오후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임시 물막이 둑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

임시 물막이가 무너질 경우 공사에 사용된 사석(捨石)과 토사가 바다로 유입돼 바다환경을 오염시키고 갯벌 생명체가 위협받는 등 바다를 황폐화시킬 수 있다고 공사 관계자들은 말했다.

김문기(金文基·43) 새만금 사업단 계획과장은 “공사 중단 이후 토석 등 축조 재료의 유실 피해가 2억원, 장비 및 인력 손실 3억원 등 하루 5억원의 재산 피해가 나고 있다”며 “현 상태에서 태풍이 몰아치면 상상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최소한의 너비로 물막이만 해놓은 4호 방조제(야미도∼비응도) 1km 구간은 특히 심각한 상태.

이 구간은 갯벌 표면에서 암반층까지 토심이 무려 33m나 되는 연약지반이어서 밀물과 썰물 때면 방조제 사석 망태 사이로 해수가 넘나들어 방조제 자체가 위협 받고 있다.

4공구 공사 책임자인 한상수(韓相洙) 군산사업소장은 “1주일 안에 보강공사를 하지 않으면 기초 지반이 함몰돼 바닥공사에 사용된 돌이 떠내려가게 돼 해상사고는 물론 생태계 등에 영향을 미치고, 방조제 자체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산·부안=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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