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부산출신문인들 지역사투리 모음집 발간

  • 입력 2003년 7월 17일 21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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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길이다’(매우 좋다), ‘설레바리’(남의 눈을 속이다), ‘이바구’(이야기), ‘초빼이’(술꾼)….

부산에서 활동하는 문인과 일반 시민 등으로 구성된 ‘부산 사투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회장 안태봉·54)이 점차 사라져가는 부산사투리 3200여 단어를 찾아 한권의 책으로 펴냈다. 이 책에는 사투리상의 관용어와 속담, 속어, 비어 등을 총망라돼 실려있다.

264쪽에 걸쳐 포켓용으로 된 ‘부산 사투리 사전’(도서출판 삼아)은 안 회장을 비롯한 이 모임 회원들이 6년 반 동안 부산 곳곳을 누비며 찾아낸 말들이 정리돼 있다.

부산시 문인협회장인 정진채씨(66)는 “지역마다 삶의 애환이 서린 토속어만큼 정감을 더해 주는 어휘는 없다”며 “이 사전은 더 없이 소중한 ‘언어 박물관’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투리 사전의 태동은 96년 어느 겨울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 글을 쓰는 시인 등 16명으로 구성된 ‘시를 짓고 듣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시낭송회를 마친 후 뒤풀이를 하면서 누군가 사라져가는 부산 사투리를 되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면서부터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이날 즉석에서 사투리를 모으자는데 뜻을 같이하고 이듬해 6월 ‘부산 사투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을 공식 발족해 본격적인 수집 작업에 들어갔다.

안 회장은 이후 녹음기를 들고 부산시내에 흩어져 있는 재래시장 370곳을 찾아다니며 70, 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투리를 채록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은 카세트테이프만 400개를 넘는다.

안 회장은 “어릴 때 부모님들이 흔히 쓰신 말 가운데 ‘갱물’(바닷물), ‘정지’(부엌), ‘정구지’(부추), ‘지렁장’(간장), ‘꼬장’(고추장) 등 뇌리에 남아있는 말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데 시대가 바뀌면서 흔적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지역 언론과 150여명에 달하는 회원 및 후원인의 도움으로 삶의 애환과 정이 담긴 사투리를 모은 안 회장은 2000년 11월 1800단어의 사투리 모음집을 펴낸 뒤 이를 보강해 이번에 더욱 알차게 펴낸 것.

장혁표 전 부산대총장은 추천사를 통해 “부산 사투리 사전의 발간은 부산 사랑인 데다 부산 문화의 뿌리찾기이며 부산 사람의 긍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이 모임은 22일 오후 6시 반 연제구 연산동 목화예식장 8층 뷔페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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