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오발인가 계획된 도발인가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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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벌어진 북한군의 총격 사건 직후 우리 군 당국은 대북 경계를 한층 강화하고 북측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 중이다.

국방부는 일단 단순 오발에 무게를 두면서도 북핵 사태와 관련해 날로 고조되는 미국의 압박에 대한 무력시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총격전 상황=17일 오전 6시10분경 야간 경계근무를 마치고 철수준비를 하던 DMZ 내 우리 군 초소를 향해 4발의 총탄이 날아들었다. 아군 초소로부터 약 1100m 떨어진 북측 초소에서 기관총으로 추정되는 중화기가 발사된 것.

이 중 3발의 총탄은 아군 초소를 둘러싼 시멘트 옹벽 하단에 맞았다. 당시 국군 초소에는 10∼20여명의 초병이 경계근무 중이었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우리 군은 교전규칙에 따라 전투태세에 돌입, 즉각 기관총을 북측 초소에 정조준한 뒤 17발을 대응사격했다. 교전규칙상 적이 총기 등으로 선제도발할 경우 현장 지휘관이 같은 종류의 총기로 대응사격을 실시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총격 선제도발을 즉각 사과하라. 또다시 도발할 경우 모든 책임은 북측에 있다’는 내용으로 경고방송을 실시했으나 북측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후 해당 부대에는 비상경계령이 떨어졌고 완전무장 병사들이 진지에 전원 투입돼 북측의 동태를 감시했다.

▽우발인가, 도발인가=국방부는 대응사격 이후 북측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일단 단순 오발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총격전 발생시간이 양측 모두 경계근무를 끝내고 철수를 준비하던 때였기 때문에 북측이 총기류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오발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치밀히 계획된 도발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북측이 총격 경위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데다 1km나 떨어진 아군초소를 정확히 겨냥, 사격한 점은 단순오발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북한은 98년 6월 경기 파주시 DMZ 내에서 우리 초소를 향해 기관총으로 4발의 총격을 가했을 때는 즉각 오발사고임을 알려와 우리측이 대응사격을 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또 북한이 정전협정 50주년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서 북핵사태에 관한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무력시위로 불만을 표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날로 높아지는 미국의 압박수위로 인한 내부동요를 잠재우고, 언제든 무력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위협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북측이 또다시 도발을 감행할 경우 철저히 대응토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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