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콘텐츠업체에 PDA가입자 확보 강요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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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무선 인터넷 콘텐츠와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업체에 자사가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 중소업체는 직원과 그 가족들의 개인신상정보를 무단으로 도용해 1인당 최고 10회선씩 약 3000회선에 가입했으며 뒤늦게 이를 안 직원과 가족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무리한 가입자 확보=SK텔레콤은 지난해 1월 개인휴대단말기(PDA)용 콘텐츠 개발업체인 고려솔루션에 콘텐츠 개발 계약을 해주는 조건으로 자사의 무선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를 3000명 정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고려솔루션은 PDA용 무선통신부품 생산업체인 모바일웰컴에 가입자 확보를 의뢰했고, 모바일웰컴측은 반대급부로 고려솔루션측에 “우리 회사의 부품이 장착된 PDA를 사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모바일웰컴은 자기 회사 직원과 관계사 직원, 가족 등 400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SK텔레콤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가입신청을 받은 SK텔레콤의 일부 대리점은 가입자에게서 인감증명이나 위임장을 받지 않고 대리 가입신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선 인터넷 콘텐츠 개발업체 관계자는 “이미 포화상태인 휴대전화 시장과는 달리 이제 태동하는 PDA시장은 초기 선점이 중요하다”며 “프로그램 개발업체가 가입자까지 확보하도록 요구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개인정보 무단 유출과 활용=모바일웰컴 대표 정모씨(33)는 직원과 가족들의 신상정보뿐만 아니라 관계사인 ‘뉴티칭’과 자신의 부친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프뢰벨 등 다른 회사까지 동원해 1인당 최대 10회선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3000여 회선의 SK텔레콤 서비스에 가입했다. 일부 직원의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과 가족 명의로 100회선에 가입한 경우까지 있었을 정도.

이 같은 사실은 한국프뢰벨의 한 직원이 SK텔레콤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신규 가입을 거부당하자 그 이유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직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자신의 명의로 10회선의 서비스에 가입돼 있어 추가 신청이 거부됐던 것.

정씨는 요금청구서를 직접 관리했으며 무선인터넷 서비스 기본료로 매달 8000여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자 지난주 해외출장 명목으로 출국해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한국프뢰벨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금전적으로 피해가 간 것은 없으며 순차적으로 가입 해지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SK텔레콤측은 “공개경쟁 방식으로 개발업체를 선정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 확보를 종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PDA 무선통신 접속장치를 납품하는 모바일웰컴측이 재고처리를 위해 벌인 자작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측은 또 “만약에 편법 부당거래가 있었다면 본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대리점측이 독단으로 저지른 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명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보호과와 경쟁촉진과 관계자는 “독점적인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직접적인 영업내용과 관계없는 행위를 계약조건으로 내건 것은 부당행위의 소지가 있다”며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계약 당시 상황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DA 서비스란=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위주인 ‘2세대’ 휴대전화에 이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스마트폰, PDA 등의 단말기로 전화는 물론 개인정보 관리, e메일 송·수신, 문서작성 등을 할 수 있다. PDA는 지난해 국내에서 20만대가 팔렸으며 올해는 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40만∼5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텔레콤이 선두주자이며 KT와 LG텔레콤이 경쟁하고 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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