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채권 할인 年900억 부당이득”

  • 입력 2003년 7월 17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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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상가 토지 등 부동산 구입자가 법원에 등기할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국민주택채권을 일부 법무사들이 대신 매매해 주면서 고객들에게 규정보다 많은 비용을 떠안겨 지난해 최소 900억원대의 고객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17일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3, 4월 실시한 ‘국민주택채권 매입·상환 실태’ 감사를 통해 법무사 7명이 지난해 대행한 채권거래 40여건을 조사한 결과 “법무사들이 고객 34명에게서 5754만원을 받아야 했는데도 60%나 많은 9196만원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들 법무사들은 은행 고시 할인율인 13.5%보다 높은 14.8∼25.9%의 할인율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법무사들에 대한 감사권한이 없지만 이번에는 협조에 나선 법무사들을 상대로 감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서울에서 1억원(시가표준액기준)짜리 아파트를 산 사람이 부담해야 하는 정상 비용은 대략 70만원이지만 이들 법무사 7명은 평균 42만원가량을 더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민주택채권 발행 규모가 7조6176억원인 것에 비춰볼 때 법무사들이 이같이 부당한 할인율을 적용해 매매를 대행했을 경우 “정상 할인비용 이외에 적어도 992억원이 ‘법무사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이라는 것이 감사원측의 추산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 7명은 예외없이 정상보다 높은 할인료를 받았다”며 “복잡한 규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법무사에게 일정액을 ‘할인 수수료’로 줘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바람에 부당행위가 일반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일반인이 법무사에게 의뢰할 때 정상적인 채권 할인율을 알 수 있도록 채권매입필증 교부방법을 개선할 것을 건설교통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 밖에 국민은행이 채권 매입자에게 채권매입필증을 발행할 때 매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채 ‘백지 영수증’처럼 주는 일부 관행 때문에 16억원대의 채권매입필증 위조 범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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